`물?야생조류?` 아프리카돼지열병 의심원인 배제할 단계 아냐

ASF 바이러스의 까다로운 면역회피..국산 백신 개발 시작단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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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학장 서강문)이 9월 30일 서울대 수의대 스코필드홀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대처방안에 대한 긴급 콜로퀴움을 개최했다.

이날 콜로퀴움에서는 아프리카돼지열병의 역사부터 바이러스의 특성, 방역대책 개선점과 백신 개발 현황까지 종합적으로 조명했다.

농가 조기신고 유도(관련 기사 보러가기), 멧돼지 대책(관련 기사 보러가기) 등 시급한 방역대책 뿐만 아니라 백신개발, 바이러스 유입원인에 대한 토론이 이어졌다.

(왼쪽부터) 유한상 서울대 교수, 김현일 옵티팜 대표,  유동완 서울대 특임교수, 이주용 중앙백신연구소 부사장
(왼쪽부터) 유한상 서울대 교수, 김현일 옵티팜 대표,
유동완 서울대 특임교수, 이주용 중앙백신연구소 부사장

ASF 바이러스 면역회피 까다로워..국산 백신개발은 이제 시작단계

바이러스 특성을 소개한 유동완 서울대 수의대 특임교수는 “ASF 바이러스가 숙주의 면역을 회피하기 때문에 체내에서 쉽사리 방어하지 못한다”고 지목했다.

상대적으로 크고 복잡한 구조를 가진 ASF 바이러스는 151~167개의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 이중 1/3은 바이러스 증식이 아닌 면역회피 작용 등 바이러스 생존과 전파에 연관된 것으로 분류된다.

유동완 교수는 “혈중의 ASF 바이러스는 적혈구에 부착돼 면역기전을 회피한다”며 “중화항체로도 방어가 불가능하거나 부분적인 방어에 그친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특성은 백신개발도 어렵게 만든다. 바이러스의 병원성이나 면역회피와 관련된 인자가 아직 명확히 규명되지 않았다는 점도 고비다.

이주용 중앙백신연구소 부사장은 “ASF 백신개발을 본격화하기 앞서 세포배양 기술을 확보하는데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앙백신연구소는 지난 8월 농기평 주관 ‘ASF 백신 개발을 위한 국제공동연구’의 주관 연구기관으로 선정됐다. 2023년까지 국비 8억원과 자부담 4억원을 들여 백신 개발을 진행하는 사업이다.

국내에서 관련 실험을 진행하기 어렵다 보니, 베트남의 정부기관 및 대학과 MOU를 맺고 현지 연구에 나서고 있다.

이주용 부사장은 “우선 ASF 발생국과 국제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바이러스 기초연구에 집중한 이후 바이러스 유전체의 항원성 분석과 백신 개발을 추진할 계획”이라며 “아직 사독이나 약독화 생독백신 중 추진방향을 명확히 확정할 단계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유동완 서울대 수의대 특임교수
유동완 서울대 수의대 특임교수

유동완 교수는 “완전히 약독화된 백신주를 확립하기란 쉽지 않고, 숙주 내 변이 등으로 인한 병원성 회복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다”면서도 “중국처럼 상재화된 상황에서는 부작용을 감수하더라도 백신을 빨리 사용하는 것이 정책적으로 맞는 판단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이 이미 광범위하게 확산된 상황이라면 불완전한 방어능이나 DIVA(백신주-야외주 구분) 부재, 접종 부작용 등의 문제를 감수하고서라도 일단 백신을 사용해 피해규모를 줄이는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

때문에 중국이나 베트남에서는 1~2년내로 아프리카돼지열병 백신이 도입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반면 아직 국지적인 발생에 그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는 설령 백신이 있다 하더라도 ‘비접종 청정화’에 먼저 집중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와 함께 ASF 백신 개발에 대한 지원 확대 필요성도 제기됐다.

유한상 서울대 교수는 “유럽에서는 EU 차원에서 ASF 백신 개발에 140억원을 투입한데 비해 우리나라는 훨씬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라며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조류, 진드기, 물..아직 오리무중인 유입 원인 `특정 원인 배제할 단계 아냐`

이날 콜로퀴움에서는 아직 미스터리로 남아 있는 바이러스 유입 원인에 대한 토론도 이어졌다.

채준석 서울대 교수는 “북한에서 넘어오는 조류로 인한 기계적 전파 가능성도 있다. 휴전선 이남의 조류 분변 등을 채취해 ASF 바이러스 여부를 검사해볼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현일 옵티팜 대표는 “(감염된 야생멧돼지 사체를 섭취한) 조류의 분변에서 감염력 있는 ASF 바이러스가 나온다는 연구결과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도 “감염된 돼지에서 바이러스 배출량이 높은 만큼, 접촉으로 인한 기계적 전파는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국립환경과학원의 발생지역 인근 하천수 ASF 검사 (자료 : 국립환경과학원)
국립환경과학원의 발생지역 인근 하천수 ASF 검사
(자료 : 국립환경과학원)

일각에서 제기되는 물로 인한 전염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현재까지 발생한 9개 농장이 임진강 수계나 하구에 위치한데다 환경당국의 관련 검사에 부족함이 있다는 것이다.

앞서 국립환경과학원은 9월 23일부터 26일까지 한탄강(6), 임진강(11), 한강하구(3) 등 20개 지점의 하천수를 채취해 검사한 결과 아프리카돼지열병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27일 밝혔다.

김현일 대표는 “(환경과학원 검사에서) 지점별로 채취한 수량은 100ml로, 미국 미시시피대학 연구진이 현지 연못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 바이러스를 찾기 위해 샘플별로 80리터의 물을 채취했던 것과는 차이를 보인다”며 물로 인한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있는 수준의 검사는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이와 관련해 임진강 수계와 연결된 지하수를 사용하는 농장에서는 혹시 모를 전염 위험에 대비해 음수소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되기도 했다.

국립환경과학원은 북상 중인 태풍 미탁의 영향을 고려해 추후 북한에서 임진강으로 유입되는 하천에 대한 추가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이날 전문가들은 아직 국내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원인을 좁혀 나갈 단계가 아니며, 잔반이나 축산차량 등 기존에 알려진 위험요소에 더해 야생조류, 물 등 가능한 원인에 대한 조사를 더욱 확대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물?야생조류?` 아프리카돼지열병 의심원인 배제할 단계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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