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ASF 콜로퀴움] `고열·식불에 바로 신고해야` 폐사까지 기다리면 늦다

고열·유산 흔할 텐데 의심신고는 예상보다 적어..농가는 아직도 신고가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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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돼지열병 확산 방지에서 가장 중요한 조건은 조기신고다. 걸리면 대부분 폐사하는 아프리카돼지열병이지만 폐사축이 나올 때까지 기다리면 이미 늦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은 9월 30일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대처 방안에 대한 긴급 콜로퀴움을 개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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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발제에 나선 김현일 옵티팜 대표(사진)는 중국과 베트남, 한국의 아프리카돼지열병 현황을 전했다. 그러면서 파주 첫 발생농장을 비롯한 국내 발생사례의 주요 증상을 소개해 눈길을 끌었다.

국내 발생농장에서는 모돈의 고열과 식욕불량, 유산, 심하면 폐사 등의 증상을 보였다. 심급성형으로 진행되면 의심증상을 알아차리기도 전에 폐사가 일어날 수도 있지만, 일반적으로는 바이러스에 감염된 지 3일 이후부터 고열 등의 증상이 먼저 발생하게 된다.

이날 김현일 대표가 소개한 연구에 따르면 아프리카돼지열병에 감염된 돼지는 감염 후 3일부터 증상을 보이기 시작한다. 7일차부터 급격한 폐사로 이어진다.

하지만 바이러스는 폐사 전인 3일차부터 뚜렷하게 증가한다. 폐사가 일어난 후 신고하면 이미 한 발 늦어진 셈이다. 폐사 전에 배출된 바이러스가 빠르게 전파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김현일 대표는 “(국내 발생사례에서) 교과서에서 보던 광범위한 피하출혈 등의 증상은 잘 관찰되지 않는다. 실제로는 고열, 식불을 제외하면 외관상에 큰 이상은 없다”면서 “양돈수의사회는 고열, 식불만 관찰되어도 의심신고를 접수할 수 있도록 농가에게 홍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바이러스 증식과 의심증상은 폐사 전부터 늘어난다 (자료 : 옵티팜 김현일 대표 발표자료)
바이러스 증식과 의심증상은 폐사 전부터 늘어난다
(자료 : 옵티팜 김현일 대표 발표자료)

지금도 의심신고는 너무 적은 편..농가 신고 꺼리게 만드는 요소 해결해야

27일까지 발생이 이어졌던 김포와 질식사로 추정되는 홍성 도축장의 의심사례를 제외하면, 양주나 화성 등지에서 접수된 의심신고가 정밀검사 결과 음성으로 판명된 것도 이와 비슷한 맥락이다.

양주에서는 9월 26일(2개소), 27일(1개소), 28일(1개소)에 화성에서는 30일(1개소)에 의심신고를 접수했지만 음성으로 판명됐다. 양주에서는 모돈이나 비육돈의 폐사가 의심증상이었지만 화성에서는 모돈의 유산 증상으로도 신고를 접수했다.

김현일 대표는 “사실 양돈농장에서 유산이 드물지 않고 유산이 일어나면 (PRRS 등 다른 질병에 의한 것이라도) 열이 생기기 마련인데, 걱정했던 것에 비하면 현재 의심신고가 너무 적은 편”이라고 지목했다.

아직도 폐사 발생 전에 아프리카돼지열병 감염을 잡아내 방역속도가 바이러스 확산을 따라잡기에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농장에서 신고를 꺼리게 만드는 문제점도 지적됐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이 일단 발생하면 주변 농가의 예방적 살처분은 물론 지역 업계 전체가 피해를 보는 만큼 ‘자기 농장이 지역의 첫 발생농장이 되길 두려워하는’ 분위기가 있다는 것이다.

발생농장에게는 살처분보상금을 기본적으로 감액하는 현행 보상정책에 대한 문제제기도 있다. 살처분 후 재입식까지 걸리는 시간을 고려하면 농가가 부담해야 할 경제적 피해가 시가의 100%를 보상해줘도 부족하다는 얘기다.

특히 백신이 없어 농가의 신고에 절대적으로 의존할 수 밖에 없는 아프리카돼지열병 방역에는 치명적인 저해요소가 된다는 지적이다.

유한상 서울대 교수는 “고열이 확인될 시점에는 이미 아프리카돼지열병 바이러스가 크게 증식한 상황”이라며 “정밀검사에서 음성이 나오는 한이 있더라도 적극적으로 신고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서울대 ASF 콜로퀴움] `고열·식불에 바로 신고해야` 폐사까지 기다리면 늦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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