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처분 참여자 트라우마 우려‥인권위, 심리지원제도 강화 권고

등록 : 2019.01.04 15:03:41   수정 : 2019.02.01 14:48:52 윤상준 기자 ysj@dailyvet.co.kr

국가인권위위원회가 “가축 살처분 참여자의 심리지원을 강화하라”며 제도개선을 권고했다.

살처분 작업 참여자들의 심리적 안정과 정신적 회복을 위한 국가관리체계를 강화하고, 동물복지 규정에 부합하는 인도적 살처분이 이뤄지고 있는지 실태를 점검하라는 것이다.


2014
년 이후 연인원 6만8천명 가축 살처분 투입..트라우마 우려

2014년 이후 매년 재발한 고병원성 AI와 구제역으로 인해 가축 살처분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국가인권위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14년 이후 연인원 68,270명(공무원 30,115명, 비공무원 38,155명)이 살처분에 투입됐다.

특히 공무원, 군인 등이 주로 참여했던 과거와 달리, 전문 용역업체의 이주노동자나 일용직노동자들의 참여비율이 높아지는 것이 특징이다.

2017년 국가인권위 의뢰로 서울대 사회발전연구소가 실시한 ‘가축매몰(살처분) 참여자 트라우마 현황 실태조사’에 따르면, 수의사를 포함한 살처분 참여 응답자의 70% 이상이 트라우마가 우려되는 수준의 증상을 보였다.

시간이 지나서도 살처분 과정이 떠오르거나, ‘죽임의 주체’가 되는 과정에서 느낀 죄책감과 자괴감으로 고통받는다는 것이다.

국가인권위는 “트라우마가 반드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이들 집단에 대한 적절한 조치를 통해 고위험군의 유병률을 감소시킬 수 있다”며 “당사자는 트라우마 사건(살처분)을 다시 떠올리고 싶어하지 않기 때문에 스스로 상담·치료를 신청하기 어려우므로, 정부의 적극적 역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살처분 참여자에게 심리적·정신적 치료를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의무적으로 안내 △작업 전후 심리적·신체적 증상 체크리스트를 통해 고위험군을 조기 발견하고 치료 신청을 독려하는 등 관련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트라우마 예방
·인도적 살처분도 중요

현행 트라우마 대책이 사후 심리적 지원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트라우마를 사전에 예방하기 어렵다는 점도 지적됐다.

2010-2011년 구제역 사태 당시 살처분에 익숙하지 않은 공무원 등이 대량 살처분 작업에 참여하면서 9명이 자살 및 과로로 사망한 사례에도 이 같은 요인이 작용했다는 것이다.

국가인권위는 “농식품부는 살처분 참여인력에 방역수칙이나 인체감염 예방, 재난심리지원회복 프로그램(사후지원)을 안내하고 있을 뿐, 살처분 작업의 심리적 충격을 완화할 수 있는 방안은 없다”며 이를 위한 예방교육 매뉴얼을 마련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이와 함께 일선 현장에서 동물복지에 부합하는 인도적 살처분이 이뤄지고 있는지 점검하고, 일용직 노동자를 포함한 살처분 참여자의 실태를 구체적으로 파악해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국가 인권위는 “살처분 작업에서 사회적 취약계층이나 외국인 노동자들로 구성된 일용직 노동자가 차지하는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며 “인도적인 살처분이 동물복지에 부합할 뿐만 아니라 살처분 참여자의 트라우마를 줄이는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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