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원 읽어주는 남자 오제영①] 동물원의 몰입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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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 복지에 대한 모두의 관심이 높아진 지 꽤 됐다. 그 중 동물원 또는 아쿠아리움은 빠지지 않고 거론되는 뜨거운 감자다.

동물을 애초에 데리고(captive) 있는 것 자체가 동물에게 나쁜 것이고 자연에 거스르는 행동일까? 아니면 행위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나 정당한 명분과 그에 걸맞은 사육 환경이 제공되어야 하는 것일까?

물론 이렇게 이분법적으로 나눌 수는 없을 것이지만 굳이 선택하라면 필자는 개인적으로 후자에 찬성한다. 그렇다면 적어도 수의사로서 이 동물들의 건강에 대한 책임을 다하고 동료들과 힘을 모아 사육 방법과 주어진 환경을 최선으로 제공할 수 있게 해야 할 것이다.

사실 동물을 사육하는 것에는 많은 요소들이 포함된다. 그 중에서도 재정적 후원은 필수적이다. 이는 때로는 동물을 만질 수 있는(petting) 행사 또는 동물 쇼를 하는 모습으로 나타난다.

이 과정에서 대중에게 부정적인 모습으로 보여지는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 더욱 더 동물원의 순기능인 종보전(conservation), 연구(research), 교육(education), 오락(recreation)이 묻혀지게 되는 경우가 많다.

앞으로의 칼럼에서 동물원 수의사로서의 개체 관리뿐 아니라 이런 순기능을 추구하기 위한 동물원 및 아쿠아리움의 노력들 또한 다루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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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입 전시(Immersion exhibit)

그 첫 걸음으로 현재 일하고 있는 Dallas World Aquarium을 살펴보려고 한다. 이 곳은 동물원수족관협회(Association of Zoos and Aquariums, AZA)와 세계동물원수족관협회(World Association of Zoos and Aquariums, WAZA)에 등록된 아쿠아리움으로, 몰입 전시(immersion exhibit)로 유명하다.

몰입전시란, 동물의 자연 생태를 최대한 유사하게 제공하는 전시기법으로 관람객들로 하여금 그 동물의 생태환경에 있는 느낌을 주는 전시기법이다.

자연 환경에서의 경관뿐 아니라 소리까지 재현함으로써 관람객들에게 동물들이 야생에서 어떻게 살아가는지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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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rd feeder에서 꿀물을 먹고 있는 벌새

중남미 다우림(Rain forest)이 재현된 이 곳은 눈 바로 앞에 보이는 동물들과 머리 위로 날아다니는 새들을 보면서, 마치 내가 실제 숲에 와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준다.

주렁주렁 매달려 있는 oropendola의 둥지와 눈 앞 Bird feeder에 와서 꿀물을 먹는 벌새의 모습이 주는 몰입감은 그 곳이 도심지라는 사실을 잊게 해준다(Bird feeder의 끝부분은 빨갛게 칠한 것이다. 벌새의 먹이반응을 높이기 위한 사육사들의 작지만 센스 있는 노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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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노테(Cenote)

마야문명이 성스럽게 여긴 세노테(Cenote)는 자연이 만들어낸 천연의 싱크홀 경관이다. 이를 인공적으로 재현하여 관람객들에게 간접경험과 교육효과를 줄 뿐 아니라 물 아래 터널은 상어 수조로 사용하고 있다.

이처럼 자연에 가까운 전시는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것은 물론 동물들의 스트레스 감소, 자연번식에 크게 기여하기도 한다.

그 자연스러운 전시 조성 때문에 처음 온 관객들은 몇몇의 동물들을 눈 씻고 잘 찾아봐야 하는 경우가 있지만 말이다.

나의 경우, 건강과 직결될 수 있는 요소들을 관찰하고 평가한다. 너무나 자유로운 전시장으로 인해 수의사로서 힘든 점을 생각해본다면, 동물이 아파도 초기에 포획하기가 어렵다는 점이 있다.  새를 예로 들면, 진료실에 온다는 건 정말 많이 아파 더 이상 못 도망가기 때문에 오는 경우라 걱정이 많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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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늘보

사진의 세발가락 나무늘보는 미국 내 동물원 중 이 곳에만 있다. 위키피디아에서 나무늘보(sloth)를 검색하면 이 곳의 나무늘보 친구의 사진이 실려있다.

관람객들은 눈 바로 앞 거리에서 관람이 가능하지만 만지는 것은 허락되지 않는다. 그 대신 직원이 관람객들에게 나무늘보의 생태 습성에 대한 이야기를 해준다.

동물을 만질 수 있는 동물원과 만질 수 없는 동물원 또한 동물복지와 관련하여 논쟁이 되고 있다.

이 곳의 경우는 작은 문틈으로 동물은 만지지 않고 손바닥 위로 새 모이를 주는 프로그램이 있다. 만지고 먹이 주는 것 외에 중요한 초점은 동물에 대한 교육이다. 동물과 상호작용을 함으로써 얻는 교육적 효과를 무시 못하기 때문이다.

AZA와 미국 농무부(USDA)의 동물복지법(Animal Welfare Act)에는 동물 접촉 공간에서의 규정들이 있다. 그리고 각 동물원 또는 아쿠아리움도 그들만의 가이드라인이 있다. 이는 인수공통질병과 교육적 효과를 염두해 만들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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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사진의 전시는 공간을 영리하게 사용한 예이다. 잘 보면 투명한 벽이 있어서 뒤의 방울뱀(Middle American Rattlesnake)과 멕시코독도마뱀(Beaded Lizard)을 나누어 놓았지만, 마치 한 군데 있는 것 같아 보인다.

물론 주변 동물에 예민한 성격의 동물이라면 하기 어려운 전시이긴 하다. 예를 들면 스트레스를 받으면 파래지는 아래 사진의 Blue Spiny Lizard처럼 말이다(미안. 진료가 길어져서 스트레스 많이 받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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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ue Spiny Lizard

동물원과 아쿠아리움의 단점에 대한 이야기는 SNS를 통해서 들어본 경우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반대 입장, 특히 관련 전문가들의 이야기도 들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몰입전시와 같이 관람객 뿐 아니라 동물을 위해 행해지는 순기능은 분명히 많이 존재한다.  부정적인 부분에 대한 개선을 위한 노력 또한 많이 하고 있으며 행동풍부화가 많이 이루어지고 있다.  수의사뿐만 아니라 많은 직종의 전문가들이 연계하여 동물원 또는 아쿠아리움의 동물을 위해 힘을 쓰고 있고, 궁극적으로는 종 보전이라는 목표를 향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대중들의 관심이 필요하다. 관람료나 기부금은 동물원 동물의 관리를 위해서도 쓰이지만 야생동물의 종 보전을 위한 프로젝트에 환원되는 경우가 많다. 결론적으로는 대중의 관심이 늘어날수록 우리 모두가 동물들을 위해 힘쓰는 것이다.

AZA에서는 “동물원 또는 아쿠아리움이 왜 중요할까(Why Zoos and Aquariums Matter, WZAM)”라는 주제를 다룬 적이 있다. 이 중 하나는 동물원의 역할에 대한 다양한 생각의 논문을 검토한 것인데(WZAM project), 관심이 더 있는 사람들은 www.aza.org 홈페이지에서 WZAM을 검색하고 읽어보면 동물원의 순기능에 대한 측면들을 더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다양한 종이 모인 아쿠아리움에서 일하다 보니 자주 받는 질문 중 하나가 “동물 종이 그렇게 많고 다 다른데 어떻게 해요?”이다. 하지만 동물원 또는 아쿠아리움 수의사라서가 아니다. 수의사 자체가 무한 공부의 늪에 빠져있는 직업군 중 하나이다. 그래도 그만큼 보람 있고 즐거운 것이 수의사이고, 그 중에서도 동물원과 아쿠아리움의 다양성이 이쪽 분야 수의사의 재미가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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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원 읽어주는 남자 오제영①] 동물원의 몰입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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