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종의 야생동물이야기②]천연기념물 제324-2호, 수리부엉이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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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칼럼]김희종의 야생동물이야기 ② – 수리부엉이

예전에 부엉이 이미지가 벽에 그려진 경찰서 건물 사진을 인터넷으로 본 적이 있다. 야간에도 두 눈 부릅뜨고 치안 유지에 힘쓰겠다는 경찰의 이미지를 심어주기엔 적당해 보였다. 기억을 더듬어 보니 나 역시 어릴 때 봤던 ‘마법사의 아들 코리’라는 만화를 통해서 ‘부엉이’는 ‘밤에 활동하는 눈이 큰 새’ 정도로만 알고 있었으리라…

사실 경찰서 벽화와 만화책 속 부엉이는 엄밀히 말하면 ‘수리부엉이’라는 종의 새이고 ‘부엉이’라는 이름을 가진 새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번 야생동물 이야기의 두 번째 주인공은 수리부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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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리부엉이(영명: Eurasian Eagle-Owl, 학명: Bubo bubo)는 세계에서 가장 큰 올빼미과 조류의 한 종(species)으로, 시베리아 북부 및 캄차카 반도를 제외한 유라시아 대륙 전역과 아프리카 북부, 사할린에 걸쳐 광범위하게 분포한다.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수리부엉이의 경우 보통 수컷은 1.6~2kg, 암컷은 2.2~2.8kg 정도로 암컷이 수컷보다 크기와 체중이 더 크다. 울창한 산림지역보다는 주로 개활지가 인접한 암벽지대와 바위산에 정착하여 생활하는 야행성 맹금류이다. 또한 문화재청 지정 천연기념물 제 324-2호이자 환경부에서는 멸종위기종 2급으로 지정하여 법적으로 보호받고 있는 종이다.

눈에 잘 띄진 않지만 필자가 근무하고 있는 건물 주변에서 초저녁에 관찰이 되었을 정도로 우리 주변 가깝게 살고 있는 생각보다 흔한 새이다.

그러나 야생 조류이고 야행성이기에 직접적이고 지속적인 관찰과 연구가 쉽지 않아 이들에 대한 생태 자료는 국내에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 몇 년 전 TV의 한 다큐프로그램에서 수리부엉이를 다룬 방송과 그 내용을 책으로 펴낸 자료, 그리고 일부 연구자들이 조사한 논문 4~5편이 전부일 정도로 아직까지 국내에 서식하는 수리부엉이의 생태나 분포 등은 베일에 가려져 있다.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에서 2011~2013년까지 3년 동안 접수된 수리부엉이는 총 105마리로, 단순 계산해보면 충청남도에서만 연평균 30마리 가량이 구조되고 있는 것이다. 주요 사고(구조) 원인으로는 차량 또는 유리창 충돌을 꼽을 수 있다.

고라니나 너구리같은 포유류도 아닌데, ‘새가 차량에 충돌할 일이 흔하겠는가?’ 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사실 포유류만큼 야생조류도 차량 충돌 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한다. 수리부엉이와 같은 맹금류는 도로위에 죽어있는 쥐를 먹기 위해 날아들다가 혹은 도로위에서 먹고 있다가 달려오는 차를 피하지 못해 사고가 발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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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위에 쥐와 함께 폐사된 채 발견된 수리부엉이

일반적으로 야생동물에게 있어서 최적의 번식기는 먹이 자원이 풍부한 봄부터 초여름이라 할 수 있지만, 텃새인 수리부엉이는 그보다 이른 1~3월 사이에 산란을 하고 2~4월 초순 사이에 부화하여 새끼들이 태어난다. 태어난 새끼들은 보통 두 달 안에 둥지를 떠나지만(이소) 그 근처에서 약 4~5개월 정도 머물면서 부모의 보살핌을 받다가 새로운 지역으로 이동을 하는데 이것을 ‘분산(dispersal)’이라고 한다.

분산 시기에 살아남은 어린 수리부엉이들은 특정 지역에 정착하여 세력권을 형성하기 전까지 넓은 지역을 방랑하는 험난한 과정을 겪게 되고, 거기서 살아남은 녀석들이 짝을 만나 그 둘만의 서식지를 갖게 되는 것이다. 다른 새들보다 이른 산란시기와 부화로 인해 매년 야생동물구조센터에서 구조되는 어린 동물의 첫 주인공은 주로 수리부엉이가 차지한다.

문제는 과연 이러한 어린 수리부엉이들이 야생동물구조센터에서 키워진 후 다시 야생으로 돌아갔을 때 분산 과정을 잘 견뎌내고 살아남을 수 있을지 판단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에서는 그 결과가 궁금하여 2012년도에 구조된 어린 수리부엉이들 중 세 마리에게 위치추적기를 부착해서 그해 8월 초에 방생한 뒤 생존 여부와 이동경로를 추적해 보았다.

그 결과는 참담했다. 한 달여 정도의 시간동안 세 마리 중 두 마리는 죽은 채 발견되었고 나머지 한 마리는 굶어 죽기 직전의 상태로 구조되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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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말에 구조된 새끼 수리부엉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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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육 3개월 후 방생 전에 위치추적기 부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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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생 후 방랑을 하다 8월 28일을 끝으로 위치 정보 수신이 끊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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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좌표 수신 지역 도로에서 죽은 채 발견된 어린 수리부엉이

올해도 어김없이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에 새끼 수리부엉이들이 구조되었고 현재 5마리를 돌보고 있다.

이 어린 녀석들은 어떻게 될까? 건강하게 잘 키운다고 해도 과연 야생으로 돌아가서 성공적으로 정착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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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종의 야생동물이야기②]천연기념물 제324-2호, 수리부엉이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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