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약국 세미나의 `동물약 조제실습`, 문제 있다

보건복지부령에서의 동물용의약품 조제 인정은 `무효` 지적..수의사처방제는 '판매지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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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약조제실습
동물약국 활성화 세미나 계획서에 적힌 `동물약 조제실습`

6월 29일, 7월 6일 이틀간 부산에서 개최되는 ‘동물약국 활성화 세미나’와 관련하여 ‘수의사들의 등쌀에 애를 먹고 있다’, ‘약사들을 동물학대범으로 매도하는 수의사들의 행위에 아연질색하다’ 등의 내용을 담은 기사들이 여러 약학전문언론에 실렸다.

해당 기사들의 주요 내용은 “동물약국 활성화 세미나에 포함된 동물약 조제실습이 마치 동물을 대상으로 불법 실습을 하는 것처럼 수의사들이 오해했고, 이 때문에 동물보호단체와 지자체에서 항의·통보를 받았다”는 것이다.

세미나를 주최하는 약사들은 이에 대해 “실습은 동물실험이 아니라 약사들의 동물용의약품 조제실습”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해의 소지가 있는 강의제목을 ‘복약지도와 조제실습’으로 변경했다.

하지만 조제실습을 한다는 것 자체에도 문제 소지는 있다.

약사의 동물용의약품 조제행위를 놓고 현행 법체계가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약사법제2조_조제복약지도

약사법 상  ‘조제’란 일정한 처방에 따라서 두 가지 이상의 의약품을 배합하거나 한 가지 의약품을 그대로 일정한 분량으로 나누어서 특정한 용법에 따라 특정된 질병을 치료하거나 예방하는 등의 목적으로 사용하도록 약제는 만드는 것이다.

조제를 위해서는 두 가지 이상의 의약품을 배합하거나 한 가지 의약품의 분량을 나눠야 한다. 두 가지 행위 모두 의약품의 포장을 뜯지 않고서는 할 수 없는 행위다.

따라서 조제는 곧 의약품의 개봉행위가 전제되어야 가능하다. 때문에 현행 약사법은 의약품의 개봉판매를 원칙적으로 금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조제하는 경우에는 가능하도록 예외조항을 두고 있다.

다만 해당 예외조항을 규정한 약사법 제48조는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의 처방을 따라 조제하는 경우로 한정되어 있다. 수의사의 처방에 따라 개봉판매가 허용된다는 내용은 없다.

오히려 수의사의 처방에 따라 동물용의약품을 조제할 수 있다는 내용은 보건복지부령인 ‘약사법 시행규칙’  제13조에 담겨 있다. 동물약국에서 동물용의약품을 조제할 수 있다는 근거로 자주 활용되는 조항이다.

하지만 수의관계자들에 따르면 해당 조항은 ‘월권’에 해당한다는 지적이다.

동물용의약품취급규칙_개봉판매

현행 약사법은 동물용의약품에 대한 사항을 농림축산식품부 소관으로 위임하고 있다.  동물용의약품과 관련해 시행규칙으로 규정할 사항은 농림축산식품부령인 ‘동물용의약품등 취급규칙’이 담당하고 있다.

즉 법체계상 보건복지부령은 동물용의약품에 대한 사항을 규정할 수 없기 때문에, 어떤 내용이 담겨 있든 무효라는 것이다.

동물용의약품등 취급규칙은 동물용의약품을 개봉하여 판매할 수 있는 경우를 ‘동물병원을 개설한 수의사가 구제역 백신을 직접 조제하여 축산농가로 하여금 자가 접종하도록 하는 경우’로 제한하고 있다. 구제역 백신에 대한 예외조항을 제외하면, 동물용의약품의 개봉판매 행위는 금지되어 있는 것이다.

이 같은 개봉판매금지 조항은 지난해 8월부터 시행 중인 수의사처방제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주요 항생제 및 마취제, 생물학적 제제 등 처방대상 동물용의약품에 수의사가 처방전을 발급할 경우, 해당 처방전은 ‘조제지시서’가 아닌 ‘판매지시서’이기 때문이다.

동물약국에서 수의사처방제에 따른 처방전을 전달받은 경우, 약국은 봉함된 동물용의약품 그대로를 판매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 동물병원 임상수의사는 “보건복지부령인 약사법 시행규칙은 동물용의약품 조제를 허용하고 말고 할 권한이 없다”면서 “일부 약국의 임의조제는 자가진료를 조장함으로써 결국 동물의 건강과 복지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으므로 당국의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동물약국 세미나의 `동물약 조제실습`, 문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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