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벳투더퓨처:수의마취통증의학②] 안정·안전·체계적인 마취를 향해, 손원균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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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보러가기)에서 이어집니다<편집자주>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마취통증의학과 손원균 교수를 만나, 국내 수의마취통증의학 분야가 걸어온 과정과 임상 현장에서 마취 시스템이 갖는 의미, 그리고 앞으로의 교육과 학회의 역할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서울대 손원균 교수(오른쪽)

마취전문수의사로 19년째 일하고 있는 손원균입니다. 사실 처음 수의대를 졸업했을 때부터 마취를 전공해야겠다고 생각했던 것은 아니었어요. 대학원에 진학해 공부하던 중 마취에 관심이 많으셨던 이인형 교수님을 만나게 되었고, 함께 뜻을 모아 수의마취통증의학 분야를 만들어보자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19년 전 수의마취통증의학이라는 분야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마취가 부담스러워서 치료를 받지 못했던 환자들에게 치료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을 때 이 과를 선택하길 잘했다고 느낍니다. 시술이나 수술 과정에서 환자가 굉장히 위험한 순간을 맞이할 때가 있습니다. 그때 마취적 측면에서 환자를 모니터링하고, 바이탈을 붙잡아 환자가 위기를 넘기도록 도울 수 있을 때 큰 보람을 느끼죠.

교육자로서도 보람이 있습니다. 안타까운 마취 사고들을 전해듣기도 하는데요, 그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학생들을 교육하고 지도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책임감도 느끼게 됩니다.

반대로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환자가 좋지 않은 결과를 맞이했을 때입니다. 초반에는 ‘내가 이 과를 계속할 수 있을까’ 고민할 만큼 힘들었습니다. 그때 제가 내린 결론은 “이 길을 계속 가려면 환자마다 더 적합한 프로토콜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저희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Stable, Safe, Systematic Anesthesia”라는 방향도 그런 고민에서 시작된 것 같습니다. 마취 환경을 고도화하고, 좋지 않은 결과가 발생했을 때 그 원인을 학술적으로 분석하며, 이후의 대처 방안을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하죠.

그래서인지 우리 병원의 프로토콜은 다소 복잡하고 세분화되어 있는 편입니다. 이 또한 환자의 상태에 따라 보다 안전하게 대응하기 위한 과정이고요.

제가 공부를 시작했을 때는 주로 교과서, 논문, 그리고 해외 전문의들에게 듣는 이야기들이 중요한 학습 자료였습니다.

처음 마취를 시작하면서 세웠던 목표는 마취 교과서를 하나 정하고, 그 안에 있는 모든 프로토콜을 실제로 구현해보는 것이었는데요, 19년이나 지나면서 최근에야 그 목표를 어느 정도 달성하게 됐죠.

마취는 지식도 물론 중요하지만, 모든 진료가 그러하듯 체계(systematic setting)가 매우 중요해요. 수의사라는 직업은 생명을 다루는 만큼 심리적 부담이 큰데, 그중에서도 마취는 환자의 생명 징후를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봐야 하거든요. 때문에 부담을 줄이고 안전성을 높이는 시스템이 중요합니다. 지난 19년은 그런 시스템을 만들고 보완해 온 시간이었고요.

앞으로는 어느 정도 구축된 시스템을 더 채워 나가는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동시에 마취과를 졸업한 수의사들이 각자의 병원에서 새로운 프로토콜을 세팅해 나갈 때 겪게 될 어려움도 함께 고민하고 있습니다.

병원마다 환경과 주력 진료과가 다르기 때문에 하나의 정답은 없어요. 이상적인 형태가 있더라도 모든 병원에서 그대로 구현할 수는 없습니다. 결국 마취 시스템은 고정된 것이 아니라, 병원 환경에 맞춰 계속 조정되고 발전해야 하는 것이죠.

가장 먼저 생각해봐야 할 점은 ‘환자의 통증에 공감할 수 있는지’입니다. 마취는 가장 공격적인 형태의 진통이라고 볼 수 있어요. 개와 고양이는 스스로 아프다고 말할 수 없기 때문에, 그 통증을 수의사가 대신 읽고 이해하려는 태도가 중요합니다.

과거에는 수술 중 환자가 움직이면 약을 추가 투여하는 방식으로 대응하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그 상황을 환자의 입장에서, 또 술자의 입장에서 함께 생각할 수 있어야 합니다. 환자가 느끼는 통증과 스트레스, 그리고 수술을 진행하는 술자의 부담까지 공감하는 능력이 필요하죠.

학생들이 실제 병원 진료의 흐름을 더 가까이에서 경험할 수 있는 기회가 확대되면 좋겠습니다. 현재 로테이션 과정에서도 모니터링과 제한적인 acting을 경험하고 있지만..수의마취는 실제 환자를 관찰하고 판단하는 ‘시간’이 중요한 분야입니다. 임상 경험의 폭이 넓어질수록 교육적으로 의미가 크죠.

앞으로 통합 6년제 교육이 도입되면 교육 과정에도 많은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로테이션 시기에는 실제 환자를 다루는 경험이 중요합니다. 수의마취는 단순히 이론만으로 익히기 어렵고, 실제 환자를 모니터링하고 판단하는 숙련의 시간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현재는 그 시간이 충분하지 않은 부분이 있어, 세미나 등을 통해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마취를 독립적인 분야로 보지 않았어요. 수술을 하기 위한 보조적 수단 정도로 인식됐죠. 하지만 환자를 잃을 수 있다는 두려움, 그리고 그로 인한 스트레스와 우려가 커지면서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마취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수술이나 시술 자체를 진행할 수 없다는 인식이 생기기 시작했죠. 이제 마취는 환자가 필요한 처치를 안전하게 받을 수 있도록 해주는 중요한 치료 수단입니다.

특히 최근에는 마취의 대상이 더 고령이거나, 기저질환이 많거나, 중증도가 높은 환자들로 확대되었습니다. 그만큼 더 정교한 마취 관리가 필요하고요.

병원의 규모나 제공하는 진료의 범위에 따라 마취통증의학 수의사의 역할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특히 다양한 시술과 중증 환자 진료가 이루어지는 병원에서는 전공자의 역할이 더욱 크게 요구된다고 생각합니다.

보호자들의 관심도 높아졌어요. 마취와 통증 관리에 대해 전문적으로 설명하고 관리할 수 있는 체계가 갖춰져 있을 때, 보호자들도 치료 과정을 더 잘 이해하고 신뢰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학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크게 두 가지라고 생각합니다. 하나는 전공자들이 졸업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전문성을 발전시킬 수 있는 교육과 교류의 장을 마련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일반 임상 수의사들이 기본적인 마취 교육에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돕는 것입니다.

마취는 전공자뿐만 아니라 많은 수의사들이 일상적으로 수행하는 진료 행위입니다. 때문에 기본적인 마취 지식과 안전한 접근법을 체계적으로 공유하는 것이 우리 학회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현재 학회 홈페이지도 이러한 방향에 맞춰 구성하려고 준비하고 있어요. 기본적인 내용은 누구나 상시로 접근할 수 있도록 하고, 내용의 수준에 따라 basic과 advanced를 구분해 교육 자료를 제공하는 방식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기존에도 마취 교육은 여러 방식으로 이루어져 왔어요. 학회를 통해 보다 표준화되고 지속적으로 접근 가능한 교육 체계가 마련된다면 임상 현장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동시에 전문 영역에 대한 논의와 교류는 전공자들이 계속해서 역량을 발전시킬 수 있는 방향으로 체계적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봅니다.

공식적인 통증 관리 문서의 흐름을 보면 그 변화를 잘 알 수 있습니다.

2007년에 미국동물병원협회(AAHA)에서 Pain Management Guideline을 처음 발표했는데, 그 핵심은 통증 관리가 더 이상 특정 진료의 보조적 수단이 아니라 그 자체로 진료의 목적이 될 수 있다는 점이었어요. 당시에는 급성 통증 관리를 중점적으로 다뤘고요.

그 후 2015년에는 만성 통증 관리에 대한 내용이 보다 본격적으로 다루어졌습니다. 2022년에는 통증 관리가 실제 진료와 함께 이루어지면서 축적된 경험을 바탕으로, 보다 구체적인 전략(strategy)을 제시했죠.

이러한 흐름을 보면, 동물의 통증 관리는 단순히 수술 후 통증을 줄이는 차원을 넘어, 독립적인 진료 목표이자 전략으로 발전해 왔다고 볼 수 있습니다.

수술과 관련된 진통에서는 NSAIDs, opioids, 그리고 국소마취제가 함께 사용되는 것이 이상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중 어느 하나만으로는 충분한 진통이 제공되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실제 임상에서는 이 세 가지를 함께 사용하려는 접근이 아직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있습니다. 물론 환자의 상태에 따라 선택은 달라질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multimodal analgesia’의 개념을 더 적극적으로 검토하는 문화가 자리 잡으면 좋겠습니다.

하나의 약물에만 의존하는 관행은 오히려 충분한 진통을 방해하는 요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Disce quasi semper victurus, vive quasi cras moriturus.” 영원히 살 것처럼 배우고, 내일 죽을 것처럼 살라는 말을 해주고 싶어요.

사실 마취를 전공해 과연 먹고살 수 있을지 막막했던 시기도 있었어요. 확신 없이 계속 걸어가야 한다는 점이 가장 힘들었죠.

하지만 지나고 보니 시간은 흐르는 것이 아니라 쌓이는 것이었습니다. 성실하게 보낸 시간도, 함부로 보낸 시간도 사라지지 않고, 그 안의 후회까지도 끌어안고 나아가야 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과거의 저에게 말해주고 싶습니다. 확신이 없어도 계속 배우고, 오늘을 소중히 살아가라고.

박나린 기자 022182@snu.ac.kr

[벳투더퓨처:수의마취통증의학②] 안정·안전·체계적인 마취를 향해, 손원균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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