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천포로 빠진 동물진료 표준수가체계 온라인 정책토론

주제와 무관한 동물병원 처방전 관련 언급으로 도배..토론 취지 퇴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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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병원 진료체계의 변화가능성을 타진하는 국가 정책토론이 진흙탕에 빠졌다. 토론주제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처방전 발급을 거론하는 딴소리만 눈에 띈다는 지적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8월 4일부터 24일까지 국민신문고 정책토론란에서 동물병원 진료 표준수가체계 도입에 대한 온라인 정책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내년 관련 연구사업을 추진하기에 앞서 관계자 의견을 수렴하겠다는 취지다.

8월 17일 오전까지 130여건의 의견이 개진됐다. 비슷한 시기에 진행 중인 가축질병 방역제도나 구제역 임상검사확인서 휴대제, 소 이력제 귀표 자가부착 등에 대한 온라인 토론란이 10~20여건에 그친 것에 비하면 활발한 편이다.

하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토론은 엉뚱한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동물병원 표준진료체계나 표준수가제 도입에 대한 찬반보다 동물병원 처방전 의무발급을 주장하는 의견이 더 많다. 다수의 참여자들이 조직적으로 처방전 발급 문제를 거론하고, 이에 대한 반론까지 뒤섞이면서 게시판은 아수라장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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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17일까지 가장 많은 추천을 받은 토론의견

그 와중에 일부 확인된 찬성의견은 “진료과목과 절차를 정비하는 일이 수의사에 대한 신뢰를 높여줄 것”이라 전망했다.

또 다른 참여자는 “저가진료가 횡행하면서 진료비 편차가 심해졌다”고 진단하며 “수가를 정한다 하더라도 최저하한선을 정하여 진료의 질적 향상을 도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대의견은 관련 제도환경의 미비에 따른 현실적 어려움을 지적했다.

사람은 전국민이 가입하는 건강보험이 표준진료수가체계를 뒷받침하고 있지만 동물에서는 불가능하다는 것. 한 참여자는 “국가적 지원책이 없는 표준수가 책정은 사회주의적 발상”이라며 반대했다.

때문에 표준수가제에 국가 차원의 지원방안이 함께 하거나, 그에 앞서 동물의료보험이 활성화되어야 한다는 반대의견이 줄을 이었다.

동물의료보험 활성화의 전제조건 중 하나로 내장형 마이크로칩으로 일원화된 동물등록제의 정착을 꼽았다. 보험혜택을 받을 동물을 바꿔치기하는 모럴해저드의 가능성을 원천 차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동물병원마다 다른 진료환경을 표준수가가 제대로 반영하기 힘들 것이란 지적도 나왔다.

수가가 낮게 책정되면 진료의 질은 하락할 수 밖에 없고, 높게 책정되면 보호자들의 부담이 그만큼 커진다. 문제는 특정 수가가 어떤 동물병원에서는 낮은 수가로, 다른 동물병원에서는 높은 수가로 여겨질 소지가 많다는 점이다.

이번 정책토론은 오는 8월 24일까지 일주일간 계속 된다. (바로가기)

한 수의사는 “동물병원 진료체계를 논의하는 자리에 수의사들의 관심은 적고 타 직능단체의 이상한 주장만 눈에 띄는 것은 문제”라며 “동물병원 현장의 문제의식이 정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수의사들이 적극 참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삼천포로 빠진 동물진료 표준수가체계 온라인 정책토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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