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돼지열병, 국내 유입·확산 위험 요인은 무엇인가

한국양돈수의사회 수의양돈포럼, 아프리카 돼지열병 국외 현황·대책 조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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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양돈수의사회가 국내 유입 시 큰 피해가 우려되는 아프리카 돼지열병(ASF)을 조명했다.

22일 대전 유성호텔에서 열린 수의양돈포럼에서 ASF 주제로 발표에 나선 연자들은 국내 발생의 주요 위험요인으로 돼지 유래 축산물의 불법적인 유입과 야생 멧돼지를 꼽았다.

잔반 급여농가에 대한 실태조사와 국내 발생 시 조기 대응기반을 정비해야 한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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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F 바이러스 오염된 돼지 유래 축산물, 잔반이 위험 요인

주로 아프리카와 유럽에서 발생하고 있는 ASF는 아직 국내 발병한 사례는 없다. 2007년 조지아에서 재발한 후 동구권을 중심으로 발생하던 ASF가 지난해 러시아-몽골 국경지역까지 동진(東進)하면서 국내에서도 유입 우려가 높아졌다.

김현일 옵티팜 대표는 국내에 ASF가 발생한다면 “돈육 관련 축산물이 공항만이나 국제택배로 불법 반입되거나 야생멧돼지로 인해 유입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목했다.

기존 연구에서 포르투갈, 스페인, 이탈리아, 벨기에, 조지아 등 유럽 각국의 최초 발생 원인으로 돼지고기나 돼지 부산물의 이동이 지목됐다. ASF 바이러스에 오염된 돼지 유래 축산물이 잔반 형태로 돼지에 급여된 것으로 추정된다.

2008년부터 2012년까지 러시아 내 양돈장에서 발생한 ASF 284건을 분석한 결과 35.21%가 잔반 급여로 인해 발병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러시아-몽골 국경 인근까지 4천km를 뛰어 넘어 ASF가 전파된 원인 또한 잔반인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우리나라도 공항만으로 들어오는 잔반이나, 출입국자 혹은 국제택배를 통해 불법 반입되는 축산물에 주목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세계식량자원기구(FAO)에 따르면, ASF 바이러스는 냉동육에서 1,000일, 건조되거나 염지된 고기에서도 180~300일까지 생존한다.

관세청이 올해 1월부터 2월까지 농수축산물 불법수입 특별단속을 실시한 결과 4천만원 어치의 소·돼지고기를 적발했을만큼,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볼 수 없다.

검역본부 남향미 연구관은 “공항만에서 들어오는 잔반은 전량 가열처리 하도록 규정돼 있다”며 “올해부터는 ASF 발생국을 경유한 선박 등에서 유래한 잔반을 대상으로 예찰 검사를 실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김현일 대표는 “외국인 직원에 대한 교육과 공항만 검역을 대폭 강화하면서, 축산물 불법 반입에 대한 처벌수준도 높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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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규모 방역취약농가 발생 시점으로 확산..국내 조사 필요

김현일 대표는 러시아 등 유럽의 ASF 피해 유형을 소개하면서 “특정 지역에서 방역이 취약한 소규모 농가(Backyard farm)에서 ASF가 발생하면, 피해는 그 주변의 대규모 기업농에서 주로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위에 제시된 러시아 연구에서, ASF 발병사례 중 백야드 농가에서 발병한 경우가 63.2%에 달했다. 백야드 농가는 잔반을 급여하거나, 울타리가 제대로 없거나 방목하는 등 야생 멧돼지와 접촉할 위험도 상대적으로 높다.

돼지 사육이 산업화된 국내에서도 일부 남아 있는 백야드 농장에 대한 관리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날 한 포럼 착석자는 “국내에도 잔반을 먹이는 소규모 양돈농장(Backyard farm)이 많다”고 지적했다.


돼지열병과 비슷하지만..고열의 무증상 폐사 가능성 염두에

아프리카돼지열병의 증상은 대체로 돼지열병(CSF)과 유사하다. 고열로 인한 포개기와 피부 및 각종 장기의 충·출혈을 보이며 높은 폐사율을 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현재까지 개발된 백신이 없어 국내에 발생하면 신속한 살처분과 이동제한에 기대를 걸어야 하는 실정이다.

이제껏 국내에 없었던 질병인 만큼 일선 수의사와 농장이 ASF의 가능성을 조기에 포착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날 연자들에 따르면 ASF 바이러스의 병원성에 따라 폐사율은 20~100%까지 다양하게 나타난다.

다만 심급성형으로 감염될 경우 고열을 제외하면 별다른 증상이나 병변 없이 곧장 폐사할 수도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돼지열병과 비슷한 증상을 보이면 심각성을 바로 파악하고 대응에 나설 수 있지만, 무증상 폐사의 경우 ‘일단 두고 보자’는 식으로 대처가 늦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김현일 대표는 “고열과 원인 불명의 폐사가 증가하면 반드시 방역당국에 신고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왼쪽부터) 2018 수의양돈포럼 ASF 세션을 맡은 김현일 대표, 선우선영 박사, 오연수 교수, 남향미 연구관
(왼쪽부터) 2018 수의양돈포럼 ASF 세션을 맡은
김현일 대표, 선우선영 박사, 오연수 교수, 남향미 연구관

정부 ASF 예방관리대책 발표.. SOP 마련 `분주`

정부도 지난해 ASF의 동진을 계기로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지난달 ‘아프리카돼지열병 예방관리대책’을 발표한데 이어 국내 발생 시 대응방안을 담은 SOP 마련에 분주하다.

남향미 연구관은 “국제 수준의 ASF 진단역량을 확보하기 위해 스페인의 ASF 세계표준연구소를 방문하고 유럽의 정도관리과정에 참여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대균 농식품부 구제역방역과장은 “5월 공표를 목표로 아프리카돼지열병 SOP 마련을 추진하고 있다”며 “발생 시 반경 500미터의 양돈농가를 살처분하고 24시간의 스탠드스틸을 발동하는 등 기본 골자는 만들어졌다”고 전했다.

아울러 ASF 발생국에서 출발했거나 거쳐간 비행기, 선박 등의 잔반과 국제우편물에 대한 검역도 강화할 방침이다.

공항만 잔반처리업체에 대한 현장 불시점검을 실시하는 한편 러시아, 우크라이나, 폴란드 등 발생국 운행노선의 국제우편물 현장검역도 강화할 계획이다.

오연수 강원대 교수는 “ASF 국내 발생 시 신고가 조기에 들어오더라도, 확산방지의 기회를 살릴 수 있는 강력한 방역 컨트롤타워와 정책적 기반이 수반될 수 있는지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현일 대표는 “초기대응을 담당하는 지자체 방역기관이 ASF의 가능성을 의심해서 조치할 수 있어야 한다”며 “덴마크 등 축산선진국처럼 일선 가축방역관의 판단으로 시군 단위의 스탠드스틸을 바로 발동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해야 할 필요성도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윤상준 기자 ysj@dailyv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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