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실습후기 공모전 [대상] 충북대 장인실


북미는 저에게 제2의 고향 같은 곳입니다. ‘제2의 고향’이라고 하면 오랜 시간 머물렀을 것이라 생각할 수도 있지만, 사실은 제가 북미에서 보낸 시간은 두 달 남짓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꿈 많던 중학교 2학년 시절, 그 두 달은 세상이 얼마나 넓은지를 깨닫게 해 준 소중한 경험이었습니다.
캐나다나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는 친구들이 부럽기도 했지만, 나와는 거리가 먼 이야기라 생각하며 현실에 집중했습니다. 그래도 “꿈을 향한 방향성만 가지고 주어진 것들을 하나씩 해내다 보면, 어느새 그곳에 다다라 있을 것이다”라는 말을 믿었고, 이번 여름 방학이 바로 그 순간이었습니다.
북미에서 수의사로 일하는 꿈을 꾸는 친구들이 많을 것입니다. 저 또한 막연하게 동경했지만, 현실적인 거리감을 느끼며 주어진 공부와 과제에만 집중했습니다.
그러던 중, 학교에서 운영하는 글로컬 연수 프로그램을 알게 되었고, 좋은 친구의 제안으로 참여할 기회를 얻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저는 다시 북미로 향하게 되었고, 단순한 동경을 넘어 직접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잡게 됐습니다.
실습했던 병원은 Burkeview animal hospital과 RAPS animal hospital, 보호소는 Oakville & Milton Humane Society와 Toronto animal services, 그리고 SPCA이었습니다.
Burkeview animal hospital은 충북대 수의대 김윤배 교수님께서 연결해주셨습니다. 교수님께서 알려주신 이메일로 연락하여 실습 일정을 잡았습니다.
RAPS animal hospital은 같이 글로컬 연수에 참여한 다른 친구들이 갔던 병원입니다. 병원 홈페이지에서 이메일을 찾아 연락하고, 지원서를 써서 제출한 것으로 압니다. 친구들이 먼저 길을 열어준 덕분에, 실습의 마지막 날 RAPS animal hospital 또한 병원을 참관할 수 있었습니다.
유기동물보호소 또한 이메일로 연락하였는데, 이메일로는 모두 거절당했습니다. 그래서 보호소 방문 가능 시간에 맞춰 보호소를 무작정 찾아가서 “우린 한국에서 온 수의대생들이고, 캐나다의 유기동물보호시스템에 대해 배우러 왔다”고 말하니 짧은 시간이나마 참관 및 봉사를 할 수 있었습니다.
학생 자기설계 글로컬 연수 프로그램은 충북대학교에서 학생들이 해외연수를 계획하면, 팀을 선발하여 경비를 지원해주는 프로그램입니다. 저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일부 경비를 지원받았습니다.
<실습기관 연락처>
Burkeview Animal Hospital: burkeviewpet@gmail.com
RAPS animal hospital: animalhospital@rapsbc.com
Oakvile & Hamilton Humane Society: shelter@omhs.ca
SPCA toronto: info@ontariospca.ca

[캐나다의 유기동물 보호소]
저희가 방문했던 보호소는 Oakville & Milton Humane Society, Toronto animal services, SPCA(toronto) 였습니다. 각 보호소마다 운영 방식과 특징이 달랐습니다.
Oakville & Milton Humane Society는 비영리 단체의 사설 보호소, Toronto animal services는 정부에서 운영하는 보호소이며, SPCA는 국제 동물보호단체의 보호소입니다. 보호소마다 각기 다른 특색을 경험할 수 있었고, 저희는 보호소를 방문하여 인터뷰를 진행하고 봉사활동에도 참여했습니다.
세 보호소의 공통점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보통 보호소에는 수의사가 상주하진 않고, vet technician과 staff들만 있다고 합니다. 세 보호소 모두 규모가 있는 보호소였는데, 셋 다 비슷하게 50명 정도의 full time staff와 200여 명 이상의 자원봉사자가 있다고 합니다.
이 점에서 한국과 큰 차이를 느꼈습니다. 한국의 사설보호소는 대부분 소장님 한두 분이 운영하거나, 시 보호소라 해도 직원이 5명 남짓한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보호소의 환경관리가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저에게 캐나다 보호소의 인력 구조는 너무나 부러운 부분이었습니다. 충분한 직원과 자원봉사자가 있으면 보호소 환경이 자연스레 좋아지고, 환경이 좋으면 동물들의 관리 상태가 향상되며, 건강하고 사회성이 좋은 동물일수록 입양 가능성이 높아지는 긍정적인 선순환이 이뤄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처음 보는 유형의 자원봉사 유형도 있었습니다. 바로 ‘Socializer’인데요, 사회화가 필요한 고양이나 강아지를 위해 socializer가 일정시간 방문해 같이 교감하며 사회화를 진행합니다.
한국에서는 새로 태어난 강아지와 고양이들이 사람의 손길을 받지 못한 채 사회화 시기를 놓치고, 그렇게 사람과 친해지기 어려운 성격을 지니게 되어 입양에서 더 멀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면 캐나다에서는 전담 자원봉사자가 꾸준히 동물들과 교감하는 체계를 갖추고 있어, 사회화 문제가 비교적 적을 것으로 보였습니다.
또 다른 공통점은 캐나다의 유기동물보호소 직원들은 직업만족도가 상당히 높아보였다는 점입니다. 인터뷰를 통해 직원들이 자신의 직업에 대한 자긍심을 가지고 있으며, 동물을 돕는 일을 매우 보람있게 생각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동물보호를 위한 체계적인 시스템뿐만 아니라, 그 시스템을 운영하는 사람들의 태도까지 긍정적인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는 점이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Oakville & Milton Humane Society
Oakville & Milton Humane Society는 여러 특징적인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그중 가장 인상적인 것은 ‘반려동물 공동묘지 이전 프로젝트’였습니다.
이 보호소에는 보호소에서 생을 마감한 동물이나 후원자의 반려동물이 묻히는 공동묘지가 있는데요, 1952년부터 1990년대까지의 역사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보통 한 무덤에 4마리까지 묻히지만, 많을 때는 12마리까지도 안치된 적도 있었다고 합니다. 흥미롭게도 개와 고양이뿐만 아니라 조랑말까지도 묻혀 있었습니다.
이 프로젝트에는 법인류학(Forensic anthropology) 학생들과 교수님들이 참여해 발굴과 유해 분류 작업을 맡고 있었습니다. 교수님께서 한 마리의 humerus를 보여주셨는데, 한 쪽의 뼈에만 callus가 형성되어 있었고, 이를 통해 이 친구는 생전에 해당 부위에 골절이 있었음을 알 수 있었죠. 사설보호소임에도 불구하고, 온타리오주의 대학과 협업하여 과학적인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캐나다의 동물 입양 시스템에 대해 인터뷰도 했습니다. 저는 평소 우리나라도 반려동물 양육 면허제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왔는데요, 동물학대자가 또 다시 쉽게 동물을 입양할 수 있는 현실에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고민을 바탕으로, 캐나다에서는 관련 규제가 어떻게 이뤄지는지 질문했습니다.
인터뷰에 따르면, 캐나다의 모든 주에서 개를 입양하려면 dog license가 필요합니다. 모든 주에서 license를 필요로 하지만, 이 license는 발급받은 주에서만 유효하다고 합니다. 또한 동물학대 이력이 있다면 이 면허가 취소되므로 입양 전 면허유무를 확인함으로써 동물학대 이력을 체크할 수 있다고 합니다.
혹은 보호소들이 “Hot line” 시스템을 갖춰 입양신청자의 정보를 입력했을 때 동물학대 신고 이력이 있는 경우라면 경고 메시지가 뜨는 방식으로도 운영되고 있었습니다. 이를 통해 보호소에서는 학대 이력이 있는 사람에게 입양을 반려하는 방식이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캐나다에서도 동물학대 이력이 있는 사람의 동물 입양을 법적으로 막을 수는 없다고 합니다. 또한 주마다 법이 다르므로 규제에 한계가 있다는 점도 지적되었습니다.
한국의 시보호소는 공고기간이 지나면 안락사가 진행되는 것에 반해, 캐나다의 보호소는 안락사를 위한 기간은 정해져 있지 않고 질병 또는 행동문제가 있을 때 안락사를 고려한다고 합니다.
안락사가 최소화되고, 보호 환경이 전반적으로 깨끗하고 관리가 잘 되는 이유에 대해 생각해보았습니다. 결국, 이러한 차이는 시민들의 유기동물에 대한 관심과 충분한 재정지원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실제로 Oakville & Milton Humane Society는 1965년에 설립되어 오랜 기간 후원을 받아 재정이 충분해 걱정이 없다고 합니다. 이는 당장 다음 달의 사료, 병원비를 걱정해야 하는 한국의 사설 보호소와 극명한 대조를 이루는 모습이었습니다.
유기동물 보호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서는 사회적 관심과 체계적인 지원이 필수적이라는 점을 다시금 깨닫게 되는 경험이었습니다.

#Toronto animal services
Toronto animal services는 정부에서 운영하는 유기동물보호소입니다. 이곳의 직원들은 모두 공무원입니다. 덕분에 보호소 운영뿐만 아니라 정책과 법률에 관련된 내용을 자세히 알 수 있는 인터뷰였습니다.
정부기관인 만큼, 토론토 시민들을 위한 활동들이 있는 것이 특징적이었습니다.
캐나다를 여행하면서 정말 많은 반려견들을 볼 수 있었는데, 그 중에는 노숙자와 함께 있는 반려견들도 많았습니다. 이에 관한 정책이 있는지를 물어보았더니, 토론토 시민 대부분이 반려동물을 기르고 있으며, 토론토의 법상 반려동물은 사유재산으로 간주되기 때문에 노숙자에게서 반려견을 빼앗을 법적 근거가 없다고 했습니다.
캐나다 내에서도 노숙자의 반려동물 소유에 대해 의견이 갈린다고 합니다. 보편적인 기준으로 반려동물에게 적합한 환경에서 생활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반대하는 의견도 있지만, 반려동물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보호자와 함께 있는 것이며 노숙자 또한 그 나름대로 반려동물에게 최선을 다 하고 있다는 점에서 지지하는 의견도 존재하는 것이죠.
개인적으로도 반려동물의 복지를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하지만, 보호자와의 유대 또한 매우 중요한 요소라는 점에서 단순히 찬반을 나누기가 어려운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입양률과 보호소에 들어오는 유기동물의 증가율에 대해 물어봤습니다. Toronto animal services는 평균적으로 매일 입양을 보내고, 매일 2-3마리의 새로운 동물들이 들어온다고 합니다.
사실 막연히 ‘캐나다는 유기동물이 거의 없지 않을까’라고 예상했는데, 여전히 매일 유기동물이 발생한다고 하니 ‘나쁜 사람들은 전 세계 어디에나 있구나’를 다시금 느꼈습니다. 그래도 매일 입양이 된다고 하니 그 부분은 매우 부러웠습니다.
매일 새로운 동물이 보호소로 들어오긴 하지만, 그 비율이 강아지에 비해 고양이가 훨씬 높았습니다. 다른 두 보호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 이유를 물어보니, 토론토 주는 고양이가 자유롭게 밖을 돌아다니는 것을 가능하게 해서 외출냥 또는 마당냥이들이 꽤 있다고 합니다. 그 결과, 반려묘임에도 불구하고 유기묘로 오인하여 신고하는 경우가 잦아 보호소에 입소하는 고양이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이었습니다.
물론 이와 별개로, 전반적으로 유기견의 발생비율이 낮다는 점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는 캐나다의 반려견 관리 시스템이 더 철저하기 때문일 수도 있고, 한국과 다른 문화적요인이 작용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SPCA
SPCA는 국제적으로 큰 동물단체입니다. 이곳의 특이점은 동물병원이 같이 있다는 점입니다. 대부분의 보호소는 전담수의사가 있긴 하지만 보호소에 상주하지는 않고 특정 요일에만 방문하는데, SPCA는 동물병원이 있어 동물들의 건강을 더욱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습니다.
SPCA는 저희가 방문한 보호소 중 산책을 가장 많이 시키는 곳이었습니다. 보호소와 연결된 마당이 있었고, 하루에 세 번씩 산책한다고 합니다. 저희 집 강아지보다도 더 많은 횟수였습니다.
이 점은 한국의 보호소의 현실과 극명히 대비되었습니다. 한국의 많은 보호소는 산책은커녕, 깨끗한 바닥에서 지낼 수 있으면 다행이고, 상당수는 배설물과 뒤섞인 바닥에서 지낼 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세 보호소를 방문하며 느낀 점
세 보호소를 방문하며 다시 한번 깨달은 것은, 전 세계 어디든 동물을 유기하는 나쁜 사람들은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와 다른 점이라고 하면, 유기동물 수 자체가 현저히 적다는 것이고, 시민들의 의식수준이 함양되어있다는 점입니다.
캐나다에서는 유기동물 문제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자리 잡혀 있어 보호소에 대한 지원과 봉사가 부족하지 않았습니다. 자원봉사자는 오히려 넘쳐나는 수준이었으며, 보호소에 있는 동물들도 깨끗하게 잘 관리되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잘 관리된다고 해도 가족의 사랑을 대신할 수는 없습니다. 보호소의 아이들은 잘 관리받고 있었지만, 결국엔 본인의 케이지 안에서 생활하며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가족이 되어달라’는 눈빛만 보낼 뿐입니다. 대부분의 동물들이 사람이 오기를 기다리는 듯했고, 축 쳐져 있었습니다.
유기동물에게 도움을 주고 싶어 수의대 진학을 선택한 저에게 캐나다의 보호소 방문은 의미가 깊었습니다. 한국의 보호소에 봉사를 갔을 때, 문제점은 명확히 많이 보였지만, 이를 어떻게 개선해야 할 지에 대한 구체적인 모델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방문한 세 보호소는 우리나라 유기동물보호소들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해주는 좋은 이정표가 될 것입니다.
역시나 가장 중요한 것은 시민들의 관심이라는 점도 다시금 깨달았습니다. 시민들의 관심이 있어야 제도를 악용하는 보호소가 줄어들고, 충분한 재정 지원을 받을 수 있으며, 유기동물들이 더 나은 환경에서 보호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 경험을 통해, 한국에서도 유기동물 보호소의 환경과 제도가 개선될 수 있도록 더 많은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절실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북미와 한국의 ‘volunteer’ 개념의 차이
북미와 한국은 ‘volunteer’에 대한 개념 자체가 달랐습니다.
한국은 보통 one-day 개념으로 이뤄집니다. 하루 동안 보호소를 방문하여 청소와 산책을 도와주는 방식이 일반적입니다.
반면 캐나다와 미국은 최소 6개월 이상 지속적으로 활동하는 것이 기본 요건이었습니다. 자원봉사의 유형도 socializer나 산책 등 다양했고, 기본적인 청소는 직원들이 담당합니다.
캐나다나 미국에서 수의대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들은 동물병원, 보호소, 목장 등에서 volunteer 활동을 하며 veterinary experience를 쌓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보호소에는 수의대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들이 많았습니다.
이러한 구조 속에서, 저희는 보호소에서 봉사할 기회를 얻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단 1주일만 가능했기 때문에, 대부분의 보호소에서 거절당했습니다. 북미에서는 단기 봉사보다는 장기 봉사자를 선호하는 시스템이었고, 보호소 입장에서도 일정 기간 이상 교육을 받고 꾸준히 활동할 수 있는 봉사자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 더 효율적이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문화적 차이로 인해 한계가 있다는 점이 아쉬웠지만, 동시에 북미의 volunteer 시스템이 체계적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봉사자들이 단순한 ‘도움’이 아니라 실질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중요한 구성원으로 자리잡고 있다는 점에서 인상적이었습니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에서도 보호소 봉사가 단순한 일회성 활동이 아니라, 더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캐나다 로컬병원 실습]
제가 실습한 Burkeview animal hospital은 벤쿠버에 위치한 충북대 선배님의 병원이고, 병원 실습의 마지막날 참관한 RAPS animal hospital은 한국과는 연고가 전혀 없는 캐나다 현지 병원이었습니다.
한국에서의 로컬 병원 실습과 마찬가지로, Burkeview animal hospital에서의 실습 또한 observer 형식으로 이뤄졌습니다. 로컬병원 실습은 한국에서도 많은 분들께서 이미 많이 해보셨을 것 같아, 한국과 캐나다 동물병원의 차이점 위주로 간단히 얘기하고 넘어가려 합니다.
#1 수의테크니션의 역할 범위
제일 먼저 느낀 차이점은, 한국에 비해 테크니션이 할 수 있는 술기영역이 훨씬 더 넓다는 것입니다.
북미에서는 수의테크니션을 하기 위해 전문 대학 과정을 이수해야 하며, 공식적인 자격을 취득해야 한다고 합니다. 그만큼 업무 범위도 넓어, 단순한 보조 역할을 넘어 스케일링과 같은 시술까지 가능했습니다. 또한, 수의사가 치료 계획을 권장하면 테크니션과 함께 상의해서 어떠한 치료들을 할 지 결정합니다.
#2 환자의 안정을 최우선으로 하는 접근 방식
두 번째 차이점은 진료 과정에서의 여유로움입니다. 이는 단순한 업무 속도의 차이가 아니라, 환자의 안정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태도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예를 들어, 채혈 시 3번까지만 시도하며, 실패하면 바로 Gabapentin과 같은 내복 진정제를 처방하고 환자가 진정된 몇 시간 후에 다시 내원하도록 안내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실제로 내원하는 동물들이 대체로 병원에 대한 거부감이 적고 여유로운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다만 여유로움이 있다 보니 한국보다 오래 걸리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3 학생 실습에 개방적인 태도
세 번째는 학생 실습에 대해 더 관용적인 분위기입니다. 대다수의 한국 로컬병원에서는 실습생이 observer 역할에 머물러야 하며, 어떠한 책임도 질 수 없기 때문에 술기 참여가 제한됩니다.
그러나 캐나다 현지 병원은 간단한 술기부터 수술의 어시스트까지 최대한 기회를 최대한 제공하려는 분위기가 강했습니다.

#4 공통점
공통점 또한 있었습니다. 첫 번째 공통점은 전 세계 어디든 특수동물들은 질병 자체의 문제보다는, 기본적인 케어 문제로 인해 내원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었습니다. 특수동물들의 사양 관리에 대한 지식 부족으로 인한 문제가 대다수였습니다.
두 번째 공통점은 캐나다 역시 동물병원의 진료는 보호자의 경제력과 치료 의지에 좌우된다는 것이었습니다. 치료 방법의 선택이나 치료 지속 여부 등이 보호자의 재정적 여건에 따라 결정되는 것은 한국과 다르지 않았습니다.
세 번째 공통점은 차이점과 함께 나타납니다. 전 세계 어디든 유기동물은 발생한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캐나다에서는 보호자가 환자를 포기할 경우, 병원에서 보호자를 설득하는 대신 바로 관련 기관에 연결해주는 방식이 일반적이었습니다.
한국에서는 보호자를 설득하여 가급적 동물을 집으로 돌려보내는 경향이 강하고, 결국 보호자가 포기할 경우 동물만 병원에 남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연결되는 기관이 안락사가 있는 보호소가 아니라 좋은 환경에서 케어를 잘 받다가 새로운 가족을 만나게 해준다는 점이 인상 깊었습니다.

[Vancouver aquarium]
저희는 선진적인 동물복지 문화를 가진 캐나다의 아쿠아리움은 어떤 모습일지 직접 확인해보고자 했습니다.
벤쿠버 아쿠아리움의 전담 수의사와 인터뷰를 진행하고자 미리 이메일을 보내봤지만, 아쉽게도 답장은 오지 않았습니다. 그렇다고 포기할 수는 없었습니다. 무작정 찾아가서 “한국에서 온 수의대생들인데, 캐나다의 선진 아쿠아리움에서 해양 생물 관리를 배우고 싶다”며 보이는 아쿠아리움 직원에게 말했습니다.
다행히도 아주 친절했던 직원이 관련 직원에게 연결해주겠다며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고, 곧이어 한 테크니션이 다가와 아쿠아리움 내 동물병원으로 우리를 데려가 소개해주었습니다.
동물병원에는 작은 물고기들의 관리부터 거대한 해양 포유류의 수술 기구까지 다양한 규모의 장비와 시설을 볼 수 있었습니다. 특히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바다사자의 수술에 사용되는 거대한 호흡마취 튜브였습니다. 그 크기는 도로 위에 놓인 고깔과 비슷해보였으나 두 배 가까이 더 거대했습니다.
동물병원 테크니션은 “동물들이 건강하기에 자신들이 치료할 일이 많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이는 각 동물의 생활방식을 잘 반영한 환경을 제공하고 있어, 동물들이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건강하게 생활하고 있다는 점을 시사했습니다.
동물병원 내에는 아쿠아리움에서 보호 중인 물개들의 사진과 이름이 다 붙어있었습니다. 저마다 다양한 사연을 가지고 구조된 개체들이었다는 사실이 귀여우면서 인상적이었습니다. 앤디는 근처 바다에서 어미를 잃고 새끼 때 구조되었고, 캐시는 상처를 입고 표류하다 구조된 친구였습니다. 이러한 모습을 통해 아쿠아리움이 단순한 전시 공간을 넘어, 종 보존과 동물 보호에 힘쓰고 있다는 점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아쿠아리움의 관람 프로그램도 일반적인 “Show animal” 개념과는 달랐습니다. 아쿠아리움의 동물들이 개인기를 보여주는 방식이 아니라, 야생동물 보호의 필요성과 그 방법을 알리는 방향으로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물개들이 개인기를 선보일 때도 단순한 퍼포먼스가 아니라, 저마다 아쿠아리움에 오게 된 사연을 소개하며 야생동물 환경 보호에 대한 중요성을 알리는 방식이었습니다.
한편, 해설자가 착용한 목걸이에는 특별한 카드 태그가 부착되어 있었는데, 이 목걸이에 카드를 태그하면 아쿠아리움과 연계된 구조센터에 기부할 수 있었던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핑크 돌고래가 있다는 것을 듣고 아쿠아리움을 방문했지만, 2019년부터 고래 및 돌고래가 전시동물로 사용되는 것이 금지되어 만날 수 없었습니다. 아쉬운 마음이 들 수도 있었지만, 각 종 특성을 고려한 보호 정책이 시행되고 있다는 점에서 오히려 긍정적으로 다가왔습니다.
벤쿠버 아쿠아리움 견학은 단순한 전시 목적이 아니라, 동물들의 복지를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방향으로 변화해나가는 모습을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던 소중한 경험이었습니다.

캐나다에서의 실습의 장점은 다른 나라의 문화 속에 들어가 온전히 느낄 수 있다는 점입니다. 동물복지에 대해 우리나라보다 앞서 있는 나라의 문화를 경험하고, 우리나라는 어떤 점을 개선해야 하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캐나다의 동물병원과 보호소는 실습생에게 적극적으로 실습 기회를 제공하는 분위기입니다. 단순한 observer 역할을 넘어 간단한 술기 보조부터 수술 어시스트까지 참여할 기회가 많습니다.
체계적인 자원 봉사 시스템도 배울 수 있습니다. 특히, 봉사자 중 수의대 진학을 목표로 하는 학생들이 있으니 네트워킹도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단점은 최소 봉사기간 때문에 단기 봉사가 안된다는 점이고, 언어의 장벽이 있다는 점입니다.
그렇지만 캐나다로 건너가 그곳의 문화를 느끼며, 일찍 끝나는 날은 주변을 여행할 수도 있습니다. 저에게 그 한달은 잊지 못할 추억이 되었습니다. 특히 일찍 끝난 날 놀러 간 호수에서 수달을 보았던 기억은 평생 남을 것입니다.

평소 봉사에 관심이 많은 사람, 외국에서의 경험에 꿈이 있는 사람, 미국 수의사를 준비하는 사람에게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