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천명선 수의역사학 강의교수 `Human Side of Veterinary Medic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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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의역사학’이라는 과목, 친숙하신가요?

수의역사학 전공자로서 수의역사를 가르치는 국내 몇 안되는 분 중에 한 명이 바로 천명선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강의교수님입니다.

천 교수님은 독일 뮌헨 수의과대학 수의사학연구실에서 수의역사학 박사학위를 취득하셨습니다. 현재는 서울대학교 수의학교육실에서 미국수의사회(AVMA) 인증 준비에 한창입니다.

천명선 강의교수님을 데일리벳에서 만나 수의과대학 교육, 수의사의 인문사회적 소양과 전문직업성(Professionalism) 등과 관련해 조금 길지만 깊은 대화를 나눴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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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 수의학교육실에서 만난 천명선 수의역사학 연구교수

Q. 서울대학교 수의학교육실에서 근무하고 있는데, 수의학교육실은 어떤 일을 하는 곳인가

수의학교육실은 수의과대학 교육을 개선하기 위한 기구다. 개선에 필요한 교육과정 및 교수법의 개발과 평가에 대한 연구를 지원하기 위해 2012년 6월 설치됐다.

성과중심, 역량중심의 교육 시스템을 도입하기 위해 연구개발, 교수 교육, 관련 자료 편찬 등의 업무를 맡고 있다. 현재 서울대 수의대가 추진 중인 미국수의사회(AVMA)인증 업무도 교육실이 주관하고 있다.

우리나라 의과대학도 그렇고 외국 수의과대학도 그렇고 20여년 전부터 교육 개선의 움직임이 지속되고 있다. 인문사회학적 요소의 첨가, 수의학 역량(competencies) 기준 확립, 성과중심의 교육 프로그램 개발은 물론 사회가 요구하는 수의사의 모습에 부응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수의과대학도 20여년 늦었지만 교육개선의 필요성을 느끼고 변화를 시작하는 단계다. 수의학교육실은 학장 직속 조직으로 그 변화의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Q. 서울대학교 미국수의사회(AVMA) 인증 추진과정의 목적과 현재 진행과정, 앞으로의 일정을 간략히 설명해달라

AVMA인증 추진도 수의과대학 교육 과정을 개선하기 위한 움직임의 일환이다. 교육과정 개선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었지만 변화는 내부에서 자발적으로 생기기 힘들다. 학교 바깥에서 드라이브를 걸어줘야 개혁의 원동력이 생긴다는 것이다. 그 드라이브가 바로 AVMA 인증이다.

인증을 받고 못받고 문제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AVMA가 분명 교육과정을 구성하고 평가하기 위한 틀로서 훌륭한 것은 사실이지만, 결국 미국 제도이기 때문에 나라마다 다른 수의환경을 다 반영하지 못한다. 우리나라만 봐도 미국 수의과대학과 학제부터가 다르다. 수의사들이 활동하는 수의서비스시장의 환경도 다르다.

다만 AVMA가 높은 수준의 교육제도를 요구하는 것은 분명하기 때문에 이를 충족시키고자 준비하는 과정에서 우리나라 교육과정을 개선시킬 수 있다라는 점이 중요한 것이다.

2009년 실질적으로 TF 팀이 꾸려진 이래로 올해 관련 서류 준비작업이 교육실을 중심으로 어느 정도 완성단계에 이르렀다. 현지실사 전에 먼저 AVMA 인증 평가단이 방문하여 준비사항을 자문하는 ‘AVMA Consultative Visit’을 내년에 진행할 수 있도록 준비 중이다.

2016년 인증심사가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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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의학교육실에 보관 중인 우리나라 수의사학 자료들

Q. 98년 수의과대학이 6년제로 개편됐지만, 교육 방식과 내용이 6년제에 걸맞지 않고 부족하다는 평가가 있다. 수의학교육실에서 보기에 현재 수의과대학 교육에 있어서 부족한 점은 무엇인가

많은 사람들이 가진 잘못된 편견 중에 하나가 바로 우리나라 수의학교육이 외국과 비교해서 굉장히 질이 떨어질 것이다라는 생각이다. 그렇지 않다.

서울대학교의 경우 수의학교육 수준은 일부를 제외하면 전체적으로는 높은 수준에 있다. 특히 전통이 긴 유럽학교와 비교해도 나쁘지 않다. 외국 학생들도 우리가 배우는 교과서와 교육과정으로 공부한다.

가장 큰 차이 중 하나는 학생들의 자세(목표의식)에 있다고 본다. 미국은 수의과대학 경쟁률이 높고, 학비가 비싸며, 대학원과정이기 때문에 우리나라 학생들에 비해 수의과대학 교육에 임하는 자세가 다른 것이 사실이다.

교육커리큘럼에서 상대적으로 부족한 점은 임상실습교육이다. 학교동물병원의 진료케이스 수나 임상과목 교수의 채용문제와 얽혀있는 측면이 있지만, 가능한 수준에서 개선하고 있다. 올해부터는 본과 4학년의 방학을 없애고 46주 코스의 임상로테이션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외부현장실습도 추가되어 있다.

그리고 외국은 기본적인 임상 실습을 학교에서 다 해보고 나갈 수 있다는 점이 우리나라에 비해서 장점이다. 사육 동물의 절대적인 수나 병원을 내원하는 케이스 수가 많아서 그렇기도 하고, 학생들이 실습할 수 있는 여건이 더 잘 조성되어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와 관련하여 외국에서는 대학동물병원 아래에 학생 교육 목적의 ‘Primary Healthcare Center’를 중심으로 실습을 강화하고 있다.

또 임상교육에 집중할 수 있도록 임상과목 교수에 대한 평가제도 개선도 필요하다. 서울대학교도 교수평가 측면에서 조금의 변화가 있었지만 앞으로도 더 개선해야 할 점이 더 많다.

Q. AVMA 인증과 관련한 학교의 교육과정 개선이 ‘임상’에만 치우치지 않느냐는 지적이 있을 것 같은데

기초 의과학 연구에 종사하는 수의사도 많지만, 수의사라면 생물학과 등을 졸업한 다른 연구자와 차별점은 결국 ‘임상능력’ 하나라는 점이 중요하다. ‘연구를 할 것이기 때문에 임상능력이 필요 없다’라고 생각한다면 애초에 수의과대학에 올 필요가 없는 것이다.

의과학 연구 분야에 종사하는 수의사에게도 임상능력은 필요하다. 임상기술을 실제로 연구현장에서 쓰냐 안쓰냐를 떠나 ‘사고’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어떤 단순한 과학적 발견을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수의사는 다른 기초과학 분야에서 온 사람과는 달라야 한다. 기초과학적인 지식을 응용적이고 통합적인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수의과대학 학생들은 수의학교육을 통해서 그렇게 훈련을 받고 있는 셈이다.

대동물임상과 밀접한 연관을 가진 공중보건 분야도 마찬가지다. 방역, 실험동물 다 마찬가지다. 수의사가 하는 거의 대부분의 일에는 임상지식이 연관되어 있다. 임상교육이 반려동물병원에 근무하는 소동물 임상수의사만을 위한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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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의학 관련 인문사회학 강의로서 개발한 교과목 ‘수의학과 사회’

Q. ‘수의역사학’, ‘수의학과 사회’라는 조금은 생소한 과목을 담당하고 계신데, 어떤 내용을 담고 있나? 이러한 과목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본과 2학년 과목인 ‘동물수의사 사회’와 예과 1학년 과목인 ‘수의학의 이해’를 담당하고 있다.

이 과목들은 의학교육의 ‘인문사회의학’과 유사한 과목이다. 내가 전공한 수의역사학 내용은 물론, 동물복지, 동물문화, 수의사의 직업윤리 등 수의사에게 필요한 인문사회적 소양을 기르기 위한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내 과목들을 나는 ‘Human Side of Veterinary Medicine’이라고 부른다.

수의학은 동물을 다루지만 인간에게 의미 없는 동물을 다루지 않는다. 인간은 이기적이기 때문에 인간과 관련 있는 것에만 관심을 둔다. 수의학은 인간과 관련된 동물을 다루는 서비스업임에도 불구하고, 수의학이 가지고 있는 인간사회와 관련된 면을 그 동안 무시하고 있었다.

수의료서비스업을 하려면 환자도 알아야 하고, 고객(보호자)도 알아야 하고, 이들이 처해있는 환경에 대한 이해도 필요하다. 그리고 나(수의사)는 뭐 하는 사람인지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하지만 이런 것들은 단순히 과학과목을 배운다고 생겨나는 것이 아니다. 인문사회학적 지식을 직접적으로 가르쳐주고 이러한 문제를 바라보는 방향이나 시각을 제공해 줄 필요가 있다.

또한 인문사회학적 교육을 한다는 것은 단순히 인성, 품성이 좋은 수의사를 길러내기 위한 것이 아니다. 전략과 리더십을 가진 수의사를 키워내는 것이다.

예를 들어 전염병이 사회적 이슈가 되었을 때 수의사가 국가적, 사회적 대응을 리드 해야 한다. 전염병에 대한 수의학적 지식이 필요한 것은 당연하거니와, 정책을 세우고 사람들을 어떻게 이끌고, 대국민 홍보는 어떻게 해서 사회의 올바른 인식을 유도할 지 또한 모두 알아야 한다. 이런 것들은 인문사회학적 소양에서 나오는 것이다.

수의과대학에 들어올 정도의 학생이면 다 가능하다고 본다. 학생들을 가르치는 데 있어서 기술적인 측면으로만 역할을 축소시키면 안 된다. 임상 분야만 봐도 단순히 실험실 검사수치로만 진단이 되는 것은 아니지 않나. 보호자와 커뮤니케이션 해야 한다. 그러자면 보호자는 과연 어떤 사람인가 궁금하지 않겠나. 저 사람들은 맨날 거짓말만 할까? 우리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알고 있으면 접근하기에, 판단하기에 편하지 않을까.

물론 학교에서 이런 것을 다 가르쳐줄 수는 없다. 다만 이런 문제를 고민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주고 눈을 뜨게 해주고 싶다는 거다.

Q. 수의역사학을 전공하시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 수의대생이었을 때부터 관심이 많았는지

물론 어렸을 때부터 ‘역사’를 좋아하긴 했다. 과학사에도 관심이 있었고. 역사를 좋아해서 인문학 쪽으로 진학할까 생각도 했지만, 생물이나 화학도 좋아해서 이과로 진로를 잡았다. 과목은 좋지만 생물학과나 화학과는 싫었고 의대는 더 싫었다. 그래서 수의대에 진학했다.

이렇게 진학한 사람이라 임상에 대한 생각은 처음부터 전혀 없었다. 나는 내가 기초 의과학연구에 관심이 있는 사람인 줄 알았다. 그런데 학교를 다니면서 다른 쪽에 더 흥미가 생겼다. 그래서 수의과대학을 졸업하고 행정이나 정책 분야가 강한 보건대학원 환경보건학과(식품위생전공)로 진학했다.

거기서 ‘보건사’라는 정규과목이 있었는데 당시 보건사 교수님이 기회가 되면 수의사학을 해보라고 권유했었고 그 후로도 역사에 대한 관심을 계속 이어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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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뮌헨 수의과대학 옛 정문 앞에서

Q. 검역원 재직 중에 수의역사학 공부를 위해 독일로 갔다고 들었다. 어떤 계기로 유학을 가게 됐나?

내가 기초 의과학연구를 할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은 후 석사 이후로 더 공부할 생각이 없었다. 석사 과정 중 수의과학검역원에 수의직공무원으로 입사하여 서울지원에서 만2년 정도 근무했다.

독일유학은 2000년 10월에 갔는데 여러 가지 사적인 이유가 많았다. 검역원에서 일하다가 20대 후반에 접어들면서 생각이 많아졌다. 앞으로 어떻게 살지, 진짜 하고 싶은 것이 뭔지 고민이 많았다. 유학을 간 이유 중 무엇보다 ‘지금보다 재밌을 것 같아서’라는 점도 컸다. 막연히 독일 가서 공부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독일문화원에 다니면서 독일어도 배우고 있었다. 준비를 하고 있었던 셈이다.

인터넷 검색으로 찾은 독일 뮌헨 대학교(Ludwig Maximilian Uni.) 수의과대학 수의사학연구소(Institute for Paleoanatomy and Veterinary History)로 유학을 받아줄 수 있는지 편지를 보냈다. 이메일도 아니고 손편지였다. 독일어로 보내는 게 성의가 있을 것 같아 어학원 강사에게 교정도 받아가면서 보냈더니 편지로 답장이 오더라.

유학시절 지도교수였던 안젤라 폰 덴 드리쉬(Angela von den Driesch) 교수님은 “수의사학연구소가 온 세계에 있는 수의사학 자료를 모으는데 한국 자료가 없다면서, 자료만 가지고 올 수 있으면 유학을 와도 좋다”고 답장을 보내왔다.

그 길로 유학을 떠났다. 검역원을 3년 휴직한 후 신편집성마의방, 마경언해, 우마양저염역병치료방 등 자료를 도서관과 서울대학교 규장각에서 복사해서 들고 뮌헨으로 갔다. 말임상을 해본 것도 아니라 마사회 선배에게 부탁해 한글로 되어있는 모든 마의학 관련 책을 다 싸가지고 갔던 기억이 난다.

독일은 학비가 없다. 검역원에서 주는 휴직급여에 뮌헨도서관 아르바이트비를 보태면서 공부만 했다. 3년간 독일에 있으면서 베를린도 못 가봤을 정도다. 3년 만에 수의역사학 박사가 된 후 곧바로 한국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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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뮌헨 수의과대학 유학시절

Q. 현재의 문제점을 해결하고 미래로 나아가는 길은 과거(역사)의 교훈에서 찾을 수 있다고 한다. 역사적 관점에서 현재 수의계의 문제는 무엇인지,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 말씀해주신다면

현재 수의계의 가장 큰 문제들 중 하나가 바로 전문직업성(프로페셔널리즘)의 부재다.

역사적 관점에서 이 문제를 살펴보기 위해서는 전문직업성이 발전하는 역사적 단계를 알아야 한다.

한 전문직이 발달하여 사회에서 자리잡기 위해서는 먼저 관련된 학교가 생기고, 공인된 자격증에 대한 제도가 생기고, 이후 전문직 단체가 생긴 다음, 단체를 중심으로 윤리강령을 만들어 전문직 각 구성원이 지키는 단계를 거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 과정에서 우리나라는 전통적인 수의학 발전이 일제에 의해 단절된 채로 서양수의학을 강제로 도입되고, 해방 이후 미국에 의해 다시 한 번 수동적인 학제변화를 겪음으로써, 내실을 다지지 못하고 외형적으로만 사회 발전을 따라가는 형국이 됐다.

윤리강령에 앞선 세 가지 단계 모두 수의사라는 전문직종이 주도하지 못하고 외부의 영향으로 그냥 지나가버린 것이다.

그러다보니 80년대 이후 유학이나 연수를 통해 선진국의 수의학 교육을 경험한 세대들이 대학의 교편을 잡아서 교육의 틀은 서구화되고 경제 발전을 바탕으로 수의사의 외형적인 성장은 이룩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속에 있는 수의사들의 의식은 ‘돈을 많이 버는 것이 사회적 성공’이라는 식의 지극히 개인적인 수준에 머무를 수 밖에 없었다. 이러한 의식의 부재가 문제를 점점 키우면서 스스로 느끼는 수의사의 사회적 위치는 기대보다 낮고 불안정한 상황이다.

최근 이러한 문제에 주목하면서 내실을 다지기 시작했다는 점은 다행이다. 수의사가 사회에서 인정과 신뢰를 받기 위해서는 전문직업성 확립의 마지막 단계 – 윤리강령의 성립과 이행을 제대로 해내야 한다.

하지만 수의사단체 안에서 자율적인 자정능력이 부족하다는 것이 큰 문제다. 92년에 대한수의사회가 제정한 수의사윤리강령은 유명무실한 상황이다. 수의사단체 스스로가 구성원에 대해 윤리적인 강제력을 가지고 있지 못하며 책임감을 함양하도록 하는 교육도 부족하다.

특히 이런 교육은 비단 수의과대학 학생 뿐 아니라 현장에서 활동 중인 수의사들을 대상으로도 이뤄질 필요가 있다.

전문직으로서의 윤리관을 세우고 사회에 기여하는데 실패한다면 수의사는 ‘사회를 리드하지 못하는’ 한낱 기술자에 불과할 뿐이다.

Q. 수의계의 미래를 위해 전문직업성과 직업윤리를 강조해주셨는데, 이에 대해 좀 더 설명해달라

수의사는 전문직으로서 ‘독점권’을 가지고 있다. 특별한 기술을 우리만 배우고, 면허도 우리만 얻을 수 있고, 비면허자가 우리의 일을 할 경우 법적 처벌이 가해진다. 엄청난 독점이다.

이러한 독점권을 왜 줬겠는가? 그에 대한 사회적 역할을 하라는 것이다. 이 역할을 못하면 사회는 하나하나씩 독점권을 뺏어간다.

최근 교육수준 발달과 인터넷보급으로 탈전문화가 일어나면서 전문직의 자율성을 침해 받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네X버에서 봤는데요”라면서 환자(보호자)가 어떤 약을 달라고 요구한다든지, 수의사의 조언을 일방적으로 거부한다든지 하는 것이 모두 수의사라는 전문직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일이다.

이에 대한 대응은 당연히 수의사의 전문성을 키워 사회 구성원으로부터의 신뢰를 얻는 것이다.

그 첫번째 포인트는 결국 ‘진료의 질’이다. 수의사로서의 전문지식과 기술을 계속 발전시키기 위해 현장에 나가서도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두번째로 중요한 것은 직업윤리를 확립하는 것이다. 직업윤리의식이란 ‘착한 수의사가 되야지’, ‘이 사람은 불쌍하니까 진료를 무료로 해줘야지’하는 것이 아니다.

직업윤리란 “내가 가지고 있는 전문지식을 내 이익에 치우치지 않고 정확하게 전달하면서 내가 할 역할을 다 하는 것”이다. 또한 같은 전문직끼리 짜고 서로 감싸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가 잘못하면 우리 안에서 규제하고, 윤리강령 수준을 높게 잡아서 계속 지키라고 압력을 가해야 하는 것이다.

‘진료의 질’ 문제도 결국 직업윤리의 일환이다. 쉽게 말해 공부를 게을리하는 수의사는 나쁜 수의사라는 것이다. 외국 조사에서 수의윤리에서 가장 큰 문제로 꼽히는 것이 바로 ‘진료의 질’이다.

chun_학위수여식_2003
수의역사학 박사 학위수여식

Q. 다른 수의사나 수의대학생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학생들도 어느 교수나 원장 밑에 가서 언제쯤 자리를 잡고 돈을 얼마 벌고, 이런 것에만 자신의 미래의 초점을 맞추지 않았으면 좋겠다. 사회가 자기 자신, 수의사에게 요구하는 역할이 무엇인가 고민해봤으면 좋겠다.

수의과대학에 합격한 학력을, 국가고시에 합격하여 얻은 수의사 자격을, 당연히 누려야 하는 자신이 쟁취해낸 특권으로만 바라보지 말라. 고학력 전문직을 키워내는 것에 국가와 사회가 투자한 돈이 많다. 그 돈은 어디서 나오나. 사회구성원에게서 나왔다. 물론 공부를 열심히 한 자신의 힘이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어느 정도 사회에 빚진 부분도 있는 것이다.

이것을 어떻게 보답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부족한 것 같다.

Q.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가? 교수님의 꿈과 비전에 대해 말해달라

수의학교육실 일을 맡으면서 교육학대학원에 진학하여 전공하고 있는 것이 ‘평생교육’이다. 이와 관련하여 수의사의 평생교육과 연관된 일을 하고 싶다.

서울대학교도 이번에 이러한 목적으로 ‘수의학교육연수원’을 만들었는데, 이 기관을 통해 졸업생 뿐만 아니라 일반 수의사들을 대상으로 ‘전문직 계속 교육’을 추진할 예정이다.

임상 교육은 물론이고 바깥에서 쉽게 다루지 못하는 인문사회적 강의나 One-Health 관련 강좌도 마련해보고 싶다. 해외의 저명한 학자들도 적극적으로 섭외할 방침이다.

그리고 평생 동안 해야 할 일이지만 수의역사학 전공자로서 역사학에 대한 교육과 연구도 계속할 것이다.

[인터뷰]천명선 수의역사학 강의교수 `Human Side of Veterinary Medic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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