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한국마사회 양영진 말보건원장 2부 `말보건원과 말 수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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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마사회의 수의업무를 총괄하는 말보건원의 양영진 원장을 데일리벳이 만났습니다.

말 임상의 현안을 다룬 1부(바로가기)에 이어 2부에서는 말 보건원 소개와 말 수의사로의 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1부에 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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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마사회 말보건원 양영진 원장

Q. 반려동물병원이나 사람병원 인턴의 경우, 수련을 받기는 하지만 그에 따른 급여도 지급받는다. 마사회 말임상교육프로그램에서도 가능한가.

예산을 확보할 수 있다면 일반 반려동물병원 급여를 주면서, 업무와 훈련을 제대로 시키고 싶다는 것이 내 바람이다.

이를 위해 관련 예산 신청을 준비 중이다.

말산업육성 5개년계획이 수립됐고 말산업 전문인력 양성기관으로 지정된 곳이 바로 마사회다. 그 중에서도 말보건원이 말수의사∙장제사 양성부분을 담당하게 된 만큼 예산 지원의 명분은 있다.

지난해 마사회 국정감사에서는 새누리당 장윤석 의원이 말 수의사 육성계획을 직접 질문하기도 했다.

다만 특별적립금 예산을 원하는 관련 단체가 많아 경쟁이 치열해 4억 7천여만원의 요청 금액을 확보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예산 확보가 안 되면 교육생에게 인건비를 주긴 어렵다.

Q. 수의과대학 학생들에게도 교육기회를 제공한다고 들었다.

지난해 제주대와 전남대를 뺀 전국 8개 수의과대학과 MOU를 체결했다. MOU를 통해 수의과대학은 말 임상의 이론적인 측면을 담당하고, 말보건원은 임상실습을 제공한다.

임상실습에 참여한 학생들은 직접 주사를 놓거나 보정을 하거나 수술에 참여할 수 있다.

제주대는 이전에 말 보건원이 아닌 제주경마본부 차원에서 MOU를 체결한 바 있고, 전남대는 올해 상반기 MOU체결을 추진 중이기 때문에 결국 국내 모든 수의과대학과 말보건원이 산학협력 형태로 말 수의학 교육을 진행하게 된다.

이는 작게 보면 예비수의사의 역량 증진에 도움이 되고, 크게는 국가 예산 사용의 효율성도 증진시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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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보건원이 전국 수의과대학과 체결한 상호협약서

Q. 말보건원에서 임상실습을 하는 것이 국가 예산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것이란 말인가.

각 대학에서 별개로 말 임상실습을 진행하기는 어려울 뿐더러, 그렇게 하려면 많은 예산이 필요하다.

지금 일부 수의과대학에서는 말 교육을 자체적으로 실시하기 위해 말 동물병원을 짓겠다는 움직임이 있다. 서울대, 경북대, 제주대 등이 대동물병원을 개조해서 말 동물병원으로 활용할 계획을 가진 것으로 알고 있다. 대부분 국립대이기 때문에 자칫 잘못하면 실제적인 효용에 비해 국가 예산이 많이 사용될 소지도 있다.

이를 일원화하면 말보건원은 말 임상교육의 기반을 만들어서 자체적인 경쟁력을 높일 수 있고, 국가예산도 합리적으로 운용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을 것 같았다. 이러한 취지를 지난해 3월 임상실습교육설명회를 개최해 각 수의과대학에 전달했고, 그 결과물로서 MOU를 체결한 것이다.

Q. 전국의 모든 수의과대학에서 매번 찾아오기는 힘들지 않나. 가까운 지방 경마공원이나 목장에서 교육을 받게 되나.

아니다. 모든 교육은 서울경마공원의 말보건원에서 이뤄진다.

교육을 한 곳에 집중하지 않고 수의사를 나누거나 파견하게 되면 여러 가지 다른 업무에 공백이 올 수 있기 때문이다.

교육시설이나 교육자료야 서울경마공원에 풍부하니까 걱정하지 않았지만, 지방에서 올라오는 학생들의 숙소가 문제였다.

이 문제는 지난해 회사 내 사택 몇 채를 제공받는 것으로 해결했다. 25평, 32평형 아파트를 3채 이상 확보해서 식사는 자체적으로 해결하되 숙박은 할 수 있도록 했다. 꼭 방학이 아니더라도 365일 어느 시기에 와도 이용이 가능하다.

작년에 이미 수의대생 154명에 대한 실습이 이뤄졌고, 올해도 비슷하게 150여명 내외의 수의대생 실습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한 앞으로는 단순히 마사회 프로그램으로서가 아니라 정식 수의학 교육과정으로서 대외적인 인증을 받고자 한다.

최근 농림축산식품부가 말 전문인력양성기관으로 한국 마사회를 지정했다. 그 중에서도 말 수의사의 양성은 말보건원이 담당하게 됐다.

이를 계기로 한국수의학교육인증원의 인증에 도전해서 말 임상실습전문기관 수의학 교육 커리뮬럼으로서 대내외적으로 인정받고 싶다.

Q. 진료 측면에서도 수의과대학과 협력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전북대 김민수 교수, 서울대 자넷한 교수와의 협진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장기간 강의가 필요한 침술은 전북대 김민수 교수님, 내과는 미국에서 내과전문의로 활동하셨던 자넷한 교수님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다.

우연찮게 올해 두분 모두 미국으로 가시게 되어 새로이 마사회 말 진료를 도와주실 교수님을 섭외하고 있다. 대체의학이라든지 행동학, 피부병 등 케이스는 많지만 정밀진단을 못해 대증 위주로 처치하는 분야들을 체계화시킬 계획이다.

협진해주시는 교수님의 강의는 마사회 수의사뿐만 아니라 실습을 나온 학생들도 들을 수 있으니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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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말 임상계 현안이나 교육 등 마사회 외적인 것만 질문한 것 같다. 말보건원장으로서 말보건원을 소개해주신다면.

서울 경마공원의 말보건원은 단독의 수의행정조직이다.

동물병원 임상을 비롯한 방역, 검역, 교육 등 마사회 내의 수의학적 업무는 말보건원에서 실제적으로 담당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부산경남, 제주, 장수 등 지방에도 동물병원은 모두 있지만, 다들 비수의조직 하에 편성되어 있다. 물론 직제상 비수의사 상관을 모시고 일을 하더라도, 업무 협조나 수의사 직원 인사에는 말보건원이 깊게 관여하고 있다.

지방의 동물병원은 최소한의 인력으로 최소진료와 최소수술만 담당하고 있다. ‘최소’란 경마를 운영하는 인력 겸 수술실을 운영하는 인력이다. 진료팀 1개가 운영되는 형식이라 승용마나 진료의뢰마가 몰리면 업무가 마비될 위험이 있다.

반면 서울 말보건원은 좀더 많은 장비와 인력을 토대로 진료의 폭이 상대적으로 더 넓다. 경주마, 승용마, 외부로부터의 진료의뢰마 등을 전부 커버한다. 서울 KRA동물병원은 ‘열린 동물병원’을 지향한다. 리퍼가 오기만 한다면 해외의 말도 진료할 용의가 있는 것이다.

수의사도 마사회 직원이라 진료를 더한다고 월급을 더 주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말보건원 수의사는 굉장히 도전적이고 적극적인 자세를 가지고 있다. 최대한 진료의 폭을 넓히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마사회 동물병원이 아시아 최고수준에 올라서는 것을 목표로 진료역량을 키우고 해외 연수도 활발히 추진하고 있다.

Q. 말 수의사가 되는 방법으로는 막연히 마사회 취직을 떠올리게 된다. 오늘(2월 28일)도 인터뷰를 위해 오는 길에 마사회 경력경쟁채용 면접 플래카드를 봤다. 마사회 수의사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되나?

올해 수의사는 1명 채용이다. 몇 명이 지원했는지는 모르겠지만, 1차 면접을 4명이 봤다고 하더라.

마사회 수의사 채용은 일반 직원과 함께 1년에 한 번 공채 형식으로 진행된다. 채용 일정은 마사회 홈페이지를 통해 공고된다.

말 수의임상이나 말 목장에서의 경험 같은 것은 크게 중요하진 않다. 수의사면허증이 있으면 기본적인 수의학적 지식은 있는 것으로 본다.

얼마만큼 면접에서 어필할 수 있는지, 마사회 생활을 위한 기본적인 소양이 있는지 여부가 중요하다.

면접 전에는 기본 상식과 영어성적으로 변별력을 준다고 알고 있다.

Q. 마사회는 수의사를 별로 뽑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있다. 아예 안 뽑는 해도 있다고 하던데.

수의사라고 해서 말보건원이 따로 뽑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마사회 전체 체용인원부터가 마사회 결정 사안이 아니다. 기획재정부의 승인이 필요하다.

마사회는 기재부의 승인을 받은 전체 인원을 어떻게 배분할 것인지를 각 부서별로 요청을 받아 조정할 뿐이다.

매년 수의사 보유 사업장(서울,부산경남,제주,장수)마다 적어도 한 명씩 충원되어야 한다고 요청한다. 이번에도 그랬지만 결국 1명을 할당 받는데 그쳤다. 어떨 때는 정말 수의사를 못 뽑을 때도 있다.

수의사 만이라도 특채를 해주면 좋겠지만 그럴 수도 없다. 그저 뽑아주면 감지덕지다.

다른 부서들도 모두 인원 충원을 바라는 상황에서 수의사 TO만 늘리는 것은 쉽지 않다. 게다가 TO대로 뽑아주느냐 하는 것은 또 완전히 다른 문제다. 수의사가 퇴직해도 그만큼 충원해준다는 보장이 없다.

수의사를 뽑아도 당장 진료를 맡길 수는 없지 않나. 단독으로 진료를 맡기려면 몇 년에 걸친 수련이 필요하다. 이들을 양성하는 차원에서라도 꾸준히 수의사 채용이 이뤄져야 되는데, 쉽지는 않다.

Q. 수의사가 충분해서 안 뽑는 것이 아니라, 부족한데도 못 뽑는 것인가.

수의사가 부족한 것은 사실이다.

말보건원 수의사들에게 업무 로드가 많이 걸려 있는 상황이다. 진료는 진료대로 보고, 일은 일대로 한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헌신적으로 최선을 다하는 말보건원 수의사들에게는 고마운 마음뿐이다.

수술만 하더라도 일부러 밤에 한다. 낮에 하면 다른 행정업무를 못 보기 때문이다. 밤에 하면 수술이 끝나도 모니터링이나 후처치를 위해 수의사가 남아야 되고, 시간외수당을 줄 수 없기 때문에 대체휴무를 할 수 밖에 없다. 그러다 보니 인력은 항상 더 부족해진다. 남는 직원도 힘들고, 일은 일대로 밀리는 악순환이다.

그렇다고 업무를 줄이자니 줄일 일이 없다. 국가방역지원, 검역, 전문가 양성, 경마수의관련 업무 등 수의사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일들이다.

직원들에게는 ‘우리 조직에서 일하고픈 후배 수의사들을 위해, 우리의 수의서비스를 원하는 고객들을 위해 좀더 열심히 하자’고 얘기하곤 한다. 일은 힘들어도 성취감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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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A동물병원 내 진단영상실

Q. 좀더 구체적으로 마사회 수의사의 근무환경이나 조건이 어떤지 설명해달라.

아무래도 가장 특징적인 것은 주말근무다. 주말마다 경마가 있기 때문에 만일의 경우를 위해 수의사가 대기해야 하기 때문이다. 대신 월, 화요일이 휴무일이다.

급여는 마사회 급여규정에 의거해 받는데, 최근 공기업 특혜논란과 관련해서 초임이 대폭 줄었다. 그래도 일반 공무원보다는 급여수준이 높은 것으로 알고 있다. 게다가 업무적으로도 공무원보다는 좀더 창의적으로 일할 수 있다.

업무는 아무래도 처음 들어오면 임상을 담당하는 편이다. 말 임상을 위해 마사회에 취업한 경우가 대부분이기도 하거니와 방역 등 다른 업무를 하더라도 수의사라면 임상을 해봐야 전체적인 시야를 갖출 수 있기 때문이다.

임상을 몇 년 담당하고 나면 다른 업무를 맡게 된다. 보건기획이나 전염병 검진, 검역, 수의사양성, 경마수의 등 다양하다. 경주마∙승용마 번식 현장에서도 많은 수의사들이 활동한다.

근무지에 따라서도 약간의 특색이 있다. 제주도는 씨수마 관리와 산과적 측면을 커버하고, 장수목장에서는 차차 승용마 인공수정을 특화 시킬 생각이다. 서울의 말보건원에서는 임상과 함께 수의사 양성, 국가 방역지원 등을 담당한다.

Q. 마사회 취직 이외에도 국내에서 말 수의사가 될 수 있는 경로가 있나?

말 수의사의 절반 정도가 마사회 소속이고, 마사회 소속이 아닌 말 수의사들도 그 중 30% 정도가 마사회 출신이다. 나머지 분들 중에서도 절반은 마사회 실습을 통해 말 진료기술을 습득하고 독립하신 분들이다.

아무래도 마사회를 거친 말 수의사가 많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로컬 동물병원이나 외국에서도 말 임상을 배울 수 있다.

말 사육농가나 경마장의 규모가 작은 국내 말 임상 여건 상 마사회나 로컬 동물병원에서 경험을 쌓으면서 인맥으로 고객을 확보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Q. 반려동물 임상은 젊은 수의사들이 몰려서 포화상태라고 아우성이다. 말 임상도 그러한가.

말 임상이 포화상태라고는 볼 수 없다. 그렇다고 수의사가 부족한 상황이라고 단정하기도 힘들다.

전체 시장 규모는 결국 정해져 있는 것이고, 수의사가 많아지면 그만큼 진료파이를 나눠질 것이다.

포화상태냐 아니냐, 말 수의사를 할까 말까를 고민하시는 분들이 말 임상의 경제적인 부분을 가늠해보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말 수의사는 누구나 할 수 있다. 일의 가치나 재미, 성취감 차원에서 접근한다면 얼마든지 개업을 할 수 있다고 본다. 실력이 쌓이고 인지도가 높아지면 손님이야 자연히 늘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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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재활센터에서 입원마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양영진 원장

Q. 끝으로 말보건원장으로서 중점 추진할 현안이나 목표가 있다면.

우선 전염병 관리를 체계화할 수 있도록 말 질병 병성감정기관 지정을 추진할 것이다.

이제껏 말 전염병이 크게 문제가 된 적이 없었다. 이는 말 두수가 많지 않았기 때문일 수도 있고, 검진∙예찰 부족으로 발생한 전염병을 모르고 지나쳤기 때문일 수도 있다.

어쨌든 전염병이 말 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제대로 알려진 바도 없고 국가도 큰 관심이 없었다.

하지만 말 산업 육성정책으로 말 두수가 크게 증가하면 전염병이 발생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 승마대회나 경마대회로 국가간 말 교류도 점점 활발해지고 있다.

그런 측면에서 말 전염병을 관리하고 연구할 조직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국가에서 하기는 부담스러울 수 있다. 어쩔 수 없이 주요 산업동물인 소∙돼지∙가금에 집중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결국 마사회, 그 중에서도 말보건원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고 본다.

그런 맥락에서 국가가 말보건원을 말 질병 병성감정기관으로 지정해줬으면 한다. 이를 통해 말보건원의 자체 검사에 대한 신뢰도를 확보하고 전염병 검진두수와 검사항목도 늘려나갈 생각이다.

지정을 위한 인력∙시설을 마련하는데도 노력할 것이다. 지금은 국가 방역사업을 지원하고 국가간 검역협정을 체결하는 업무를 수의사 2명이 모두 담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말 예방백신의 국산화에도 기여하고 싶다.

현재 일본뇌염, 인플루엔자, 선역, 비강폐렴 등에 대한 백신을 실시하고 있는데 전부 외국 수입 제품이다 보니 비싸기도 하고 수급 문제로 인해 시기를 놓칠 위험도 있기 때문이다. 경쟁력 있고 저렴한 국산 백신이 마련되면 백신 접종 대상도 좀 더 확대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밖에도 국가간 검역협정 체결국도 늘리고, 자체적인 조직병리실 설치나 줄기세포 및 대체의학 치료법 적용에도 노력할 것이다.

 

[인터뷰]한국마사회 양영진 말보건원장 2부 `말보건원과 말 수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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