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캐서린 브리스코 호주고양이전문의를 만나다

등록 : 2018.12.24 06:33:55   수정 : 2018.12.24 09:08:51 윤상준 기자 ysj@dailyvet.co.kr

서울시수의사회와 로얄캐닌코리아는 매년 연말을 맞아 해외 고양이 임상 전문가의 초청강연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올해 한국을 찾은 캐서린 브리스코(Katherine Briscoe) 수의사는 시드니대학 수의과대학을 졸업한 후 호주고양이전문의 자격을 취득, 현재도 동물병원 임상수의사로 활약하고 있습니다.

데일리벳이 캐서린 브리스코 수의사를 만나 고양이 진료와 호주의 임상환경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초청강연차 한국을 방문한 캐서린 브리스코 수의사

초청강연차 한국을 방문한 캐서린 브리스코 수의사

Q. 한국에 온 것을 환영한다

그동안 호주 안에서 주로 강연 활동을 펼쳤는데, 한국의 수의사를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 감사한다.

한국을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은 정말 크고 멋진 도시다. 한여름 중인 시드니보다 너무 춥긴 하지만, 다음 기회에는 꼭 가족들과 함께 오고 싶다.

Q. 경력을 살펴 보니, 1차 동물병원(General Practice)과 2차 동물병원(Referral Practice)을 오가며 일한 점이 흥미로웠다. 졸업 후 GP로 일하다 고양이 전문의 과정에 뒤늦게 참여한 계기가 있었나

원래도 고양이를 정말 좋아했지만, 개인적으로 고양이 임상에 가능한 최대한의 지식을 갖추고 싶었다.

2003년 시드니대학 졸업한 직후 시드니에서 영국으로 자리를 옮겨 가며 3년간 GP의 소동물 임상수의사로 일했다. 그러다 호주로 돌아와서 시드니대학의 고양이 전문의 트레이닝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이후 전문의 자격증을 취득하고, 호주의 대형 2차 진료기관인 ‘Animal Referral Hospital’에서 총 13년간 2차 진료업무에 종사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다시 GP 일선으로 복귀했다. 올초 시드니 북쪽 뉴사우스웨일스로 이주해 소형 동물병원에서 일하고 있다. 여전히 다른 동물병원의 진료의뢰를 받고 있기는 하지만, 백신접종을 하러 오는 건강한 동물들도 많이 만날 수 있어 좋다.

Q. 사실 인터뷰 전에는 아직 Animal Referral Hospital에서 근무하는 줄 알고 준비한 질문인데..호주의 2차 동물병원은 진료를 어디까지 보는지 궁금하다

Animal Referral Hospital은 호주 각지에 분점을 가진 대형 동물병원이다. 수의사만 수십명을 보유하고 있다.

2차 병원은 1차 동물병원으로부터 의뢰(refer)된 케이스와 응급 진료만 담당한다. 1차 동물병원 수의사(local vet)이 의뢰하거나 응급으로 내원했다가 보호자의 의지로 더 머무를 수는 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일선 동물병원의 의뢰없이 그냥 개, 고양이를 데리고 오는 것은 안된다. 정 여의치 않을 경우에는 원래 다니던 주치 동물병원을 따로 접촉해 그간의 병력을 의논하기도 한다.

Q. 국내에서는 대다수의 대형 동물병원이 1차 동물병원과 겹치는 일반적인 진료도 병행하고 있다. 의뢰 과정에서 손님을 잃을까 걱정하는 경우도 있다.

호주에서도 1-2차 동물병원이 환자를 어떻게 다룰지는 ‘뜨거운 감자’다. 2차 병원은 전문의를 보유하거나 24시간 체제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다 보니, 만족감을 느낀 보호자가 일선 병원으로 돌아가기를 거부하는 경우도 분명 있다.

하지만 2차 병원의 고객은 일선 수의사 분들이다. 그들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 2차 병원의 중요 과제다.

2차 병원끼리의 경쟁이 심하다는 점도 요인이다. 시드니만 해도 2차 병원이 7개가 넘고 서로 경쟁도 심하다. 2차 병원 사이에서 로컬 수의사로부터 의뢰를 ‘유치’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때문에 2차 병원 대부분은 일반적인 진료(routine healthcare)를 하지 않는다. 백신이나 중성화 수술, 스케일링 등은 1차 병원에만 맡기는 것이다.

의뢰된 케이스에서도 추가적인 처치 계획을 의뢰 병원과 의논하는 경우가 많다. 추가 검사를 통해 환자의 문제를 발견했다면, ‘이걸 저희 쪽에서 처치하길 원하십니까? 아니면 환자를 돌려보내 직접 대응하시길 원하십니까?’ 묻는 식이다.

복잡한 상황(tricky situation)이긴 하지만, 로컬 클리닉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모두에게 좋다.

(왼쪽부터) 캐서린 브리스코 수의사와 최영민 서울시수의사회장

(왼쪽부터) 캐서린 브리스코 수의사와 최영민 서울시수의사회장

Q. 매년 호주에서 고양이전문의 분들이 한국을 찾고 있다 보니, 호주에 고양이전문의가 몇 명 정도 되는지 궁금해진다

15~20명 내외인 것으로 알고 있다. 그나마도 은퇴하셨거나, 연구에만 집중하는 등 더 이상 임상현장에 없는 분들도 있다.

Q. 막연히 생각했던 숫자에 비해 너무 적은데

호주에서는 트레이닝을 받을 기회가 적긴 하다. 전문의가 되려면 임상현장에서 일하는 전문의 밑에서 수련을 받아야 하는데, 애초에 숫자가 적다 보니 늘어나기도 어려운 것이다.

그래서 호주의 수의사들 중에서는 아예 영국으로 건너가 전문의 수련을 받고 다시 돌아오는 경우도 종종 있다. 몇 년 전 한국을 찾았던 레이첼 콜먼 영국수의내과전문의도 그런 케이스였다.

Q. 한국은 아직 개에 비해 고양이의 숫자가 적다고 알려져 있다. 숫자도 차이가 나지만, ‘동물병원을 얼마나 자주 찾는지’에 대한 보호자의 성향이 다르다는 이야기도 있다. 호주는 어떠한가

시드니 같은 도시 지역의 동물병원에서는 개와 고양이가 6:4 정도의 비율로 내원하는 것 같다. 교외 지역으로 가면 8:2 정도로 격차는 더 벌어진다.

개와 고양이의 내원 격차는 보호자의 성향때문이라기 보다는 지역별 차이가 더 큰 것 같다. 좀더 부유한 지역이라면 내원이 잦고, 그렇지 않은 곳에서는 내원이 상대적으로 적은 식으로 말이다.

보호자들이 보기에 고양이보다 개들이 증상을 좀더 뚜렷하게 보여준다는 점도 요인이다. 아픈 고양이들은 그냥 잠을 많이 자는 것처럼 보이기 십상이다.

이러한 특성은 노령묘의 관리에서 중요한 시사점을 제시한다. ‘어떻게 하면 동물병원 내원을 늘릴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은 노령묘의 건강관리에 중요한 과제 중 하나다.

Q. 보호자들이 고양이가 내원하면서 받는 스트레스를 많이 걱정한다는 점도 요인인 것 같다

동물병원과 보호자들이 노력하면 충분히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다.

페로몬 제제 같은 제품의 도움을 받거나, 다루기 쉽고 편안한 케이지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도 방법이다.

동물병원에서는 고양이들이 가능한한 개를 마주치지 않도록 노력할 수 있다. 고양이 전용 진료실을 만들어 개 냄새가 나지 않도록 하거나, 특정 요일이나 시간대에는 고양이 예약진료만 진행하는 방식도 활용할 수도 있다.

세계고양이수의사회(ISFM)가 제공하는 자료들을 적극 활용하길 권한다. 딱히 ‘CAT-FRIENDLY CLINIC’ 인증에 초점을 맞추지 않아도, 고양이 내원객들을 도울 수 있다.

고양이 보호자들은 일단 수의사를 신뢰하게 되면 굉장히 충성도가 높다. 내원병원을 하나로 유지하면서 수의사의 권유를 적극 고려하려는 경향을 보이게 된다.

Q. 하지만 많은 수의사들이 고양이 보호자들의 마음을 얻는데 어려움을 겪는다

개보다 고양이 보호자들의 마음을 얻기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마음의 문을 열면 더 큰 열매를 얻을 수 있다.

여기에는 고양이를 얼마나 능숙하게 다루는지, 진료과정에서 고양이에게 스트레스를 얼마나 덜 주는지가 관건이다.

호주에서도 아직까지 고양이를 꺼리는 수의사들도 있다. 수의사가 고양이를 대할 때 자신감이 있는지는 보호자들도 대번에 알아챈다.

Q.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20여년간 임상 현장에 있으면서 수의사들이 점점 함께 발전하고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질병을 진단하는 도구나 방법뿐만 아니라 고양이의 니즈를 파악하고 사육환경을 관리하는 전반적인 측면에서 발전하고 있다. 관련 연구나 신약 개발도 활발하다.

좀더 많은 동물병원이 고양이 친화적으로 변모하고, 서로 힘을 모아 치료하게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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