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성화수술받은 붉은꼬리보아뱀..“국내 첫 뱀 중성화 성공 사례”

우치동물원, 긴밀한 의료협력 통해 수술 성공..“동물복지 향상·학술적 가치 높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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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광역시 우치동물원이 “지난 10월 2일(목) 국내 최초로 뱀 중성화 수술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수술을 받은 뱀은 불법 밀수되어 국립생태원에서 보호되던 붉은꼬리보아뱀이었다(이름 : 태원, 국제적 멸종위기종(CITES) 2급, 수컷, 체중 4.2kg, 나이 미상).

‘태원’은 올해 4월 우치동물원으로 이관되어 관리 중에 있었다. 좁은 격리장에서 넓은 방사장으로 이동하며, 보다 좋은 환경을 제공받았지만, 기존 암컷 개체와의 합사가 문제였다.

붉은꼬리보아뱀은 난태생(알이 모체 안에서 부화한 뒤 태어나는 생식 방식)으로 한 번에 30~40마리의 많은 새끼를 낳는다. 우치동물원이 호남권 거점동물원으로서 적절한 개체수 관리를 통한 동물복지 향상에 주안점을 두고 있고, 더 많은 파충류를 구조해 국내 동물복지를 전반적으로 향상하고자 ‘태원’의 중성화수술이 결정됐다.

뱀은 선형의 긴 해부학적 구조를 가지고 있고, 장기의 형태도 일반 포유류와 다르다. 특히 고환이 복강 내에 있어서 수컷임에도 개복수술이 필요하다.

정확한 고환 위치 확인을 위해 24시노아동물메디컬센터에서 CT 촬영을 진행했고, 이후 우치동물원 동물병원에서 조영제 활용 X-ray 및 초음파 검사가 이어졌다.

고환의 구조가 원형이 아닌 긴 타원형을 이루고, 고환 바로 옆에 부신과 혈관얼기가 다수 분포해 있었다. 의료진은 ‘고환적출은 수술 위험이 크다’는 판단 아래, 정관수술 방식으로 중성화를 시행했다.

우치동물원 진료팀의 정하진·강주원 수의사가 수술을 집도했고, 국립생태원 동물복지부의 진세림·허재성 수의사가 마취를 담당했다. 횡격막이 없는 뱀의 생리학적 구조상 호흡억제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국립생태원이 지원한 IPPV를 적용해 마취 중 호흡을 정밀하게 조절했다.

피부 봉합은 비늘 구조에 맞춰 외번봉합(horizontal mattress suture)했다. 수술은 약 1시간가량 소요됐고, 충분한 마취 회복 시간을 거쳐 안전하게 마무리됐다.

수술 약 2주 뒤인 10월 19일(일) 모습. 술부 상태는 양호했고 식욕과 활력도 정상 수준으로 회복됐다. 현재는 기존 암컷 개체와의 합사에도 성공해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우치동물원에 따르면, 이번 붉은꼬리보아뱀 중성화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시행된 뱀 중성화수술이라고 한다. 국내 특수동물 진료 기술의 고도화와 지자체 산하 공공시설-로컬동물병원-준정부기관 간의 동물의료 협력 체계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우치동물원은 “지역 동물병원, 동물원 간의 긴밀한 협력으로 동물복지·학술 연구·지역 의료 네트워크가 강화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성창민 우치공원관리사무소장은 “동물원에서의 수술은 단순한 치료가 아니라 동물복지, 학술 발전, 그리고 생명 존중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며 “앞으로도 더 나은 동물복지를 위하여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민규 기자 mingyu040102@naver.com

중성화수술받은 붉은꼬리보아뱀..“국내 첫 뱀 중성화 성공 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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